연초부터 대량실업의 공포가 사회전체를 엄습하고 있다. 각급 학교의 졸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데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1.4분기중에 만도
40만~50만명의 새로운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하니 새해 우리 경제
의 최대 이슈는 실업과 노사문제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안그래도 2백만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거리를 떠돌고 있는 판에 또다시
수십만명의 신규 실업자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이 아닐수 없다. 정부가 허겁지겁 연초부터 여러가지 실업대책을 추가로
내놓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업급여 특별연장제를
6개월간 재연장키로 한데 이어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 및 채용장려금의 지원
규모를 늘리는 등의 조치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기존 실업
대책위원회와는 별도로 각종 실업대책의 효율성을 검증하게될 "실업대책평가
기획단"이라는 민.관합동기구까지 신설되는 등 새해는 "실업과의 총력전"으로
막이 오른 느낌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대책들을 보면 분명한 원칙도 없이
너무 즉흥적이고 혼란스러워 그 효율성에 의문이 가는 것들이 많다. 선진국
들이 채택하고 있는 실업대책은 대체로 일자리 나누기를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소득 나누기에 역점을 두는 "소극적 노동시장정책"
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통일 이후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은 지금까
지 실업대책의 방향을 실업급여와 실업보험제도, 생계비 지원에 중점을 둔
소극적 정책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용 창출에 역점을 두는 적극적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같은 변화는 다른 선진국에도 일반화되는
추세다.

우리도 소득나누기식 대책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개인.기업.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효율적인 노동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프로그램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급하다고 하여 마구잡이
식으로 이런 저런 대책들을 쏟아내놓다 보면 실효는 없이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실업대책과 함께 우리 모두가 합심해 풀지 않으면 안될 문제가 바로 노사
문제다. 대기업의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동계의 고용보장투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포함한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으로 정리해고를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와 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비록 노사정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해도 대화를 포기해선 안되며
필요하다면 노사정위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시켜서라도 모든 갈등을 그 안
으로 수렴해 합리적인 절충선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여기에서
노사정 관계마저 대립과 충돌로 치닫는다면 경제회복의 싹을 짓밟는 행위가
될 뿐더러 대량실업의 한파는 그만큼 더 혹독해질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