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환율관리를 포기했나"

새해들어 외환딜러들이 쏟아내는 질문들이다.

외환당국이 지난해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달러당 1천2백원대 방어를 밝힌
상태여서 딜러들의 궁금증은 더해가고 있다.

장중 한때 원화가치가 전날에 비해 30원이상 절상된 5일 외환당국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원화가치가 18원 오른 지난 4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작년말에는 정부와 여당 고위당국자들이 앞다퉈 "구두개입"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작년의 경우 12월22일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이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상을 막겠다고 선언한 것을 비롯,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부와 여당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원화가치를 더이상 절상할
수 없다고 공표했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도 CNN과의 회견에서 1천3백원대 수준의 원화가치가
바람직하다며 가이드라인을 줬다.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은 간단했다.

"현재의 환율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며 수출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후 한국은행이 포철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를 직접 매입, 정부정책을
떠받쳤다.

성업공사도 외화부실자산 매입 정산시기를 앞당기며 1천2백원대를 방어했다.

그러나 새해들어선 태도가 달라졌다.

이날 외환당국자는 "환율하락 압력이 너무 센 것 같다"며 "말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조절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곤 있지만 대세를 바꾸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당분간 환율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국의 이같은 대응에 대해 외환딜러들은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딜러는 "국가신용도 상향전망으로 원화가치 상승이 뻔히 눈에 보였는데
외환당국이 지나치게 1천2백원대에 집착했다"며 "당국의 지지선이
무너지니까 실망매물이 쏟아져 원화가치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입시기 뿐만 아니라 강도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딜러들이 많다.

한 외환딜러는 "그렇게 많은 고위당국자들이 구두개입한 결과가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마치 늑대소년의 우화같은 일들이 지금
외환시장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 김진규 지배인은 "국내 수급동향과 해외시장흐름을 감안해
정책을 펴야겠지만 환율이 더 오른다면 자율적으로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