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자재 가격은 품목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소폭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적어도 작년보다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작년에 원자재 값이 곤두박질친 가장 큰 요인은 급격한 수요감소다.

아시아 등이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수요가 격감했던 것.

따라서 아시아를 비롯해 각국의 올해 경제사정이 적어도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자재 값도 소폭이나마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석유만해도 작년에 워낙 많은 양의 재고가 쌓였다.

산유국들의 감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비철금속의 경우도 비슷하다.

가격이 회복되려면 세계경제성장률이 4%는 돼야 하지만 2%대에 그칠
것이라는게 각 기관의 전망이기도 하다.

따라서 올해 원자재값은 바닥권에서 약간 올라서는 수준을 형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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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가전망은 밝지않다.

작년 처럼 또다시 폭락세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않지만 한자릿수까지
떨어진 유가가 급격히 반등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배럴당 10달러선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유종은 크게 3가지.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그리고 WTI(서부텍사스중질유) 등이다.

이중 브렌트유의 지난 12월말 현재 가격은 배럴당 9.76달러.

97년말의 배럴당 17~18달러보다 절반가량 빠졌다.

두바이유와 WTI유도 사정은 비슷해 35% 가량 떨어졌다.

작년초에 급속하게 빠진 가격이 하락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바닥세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는 크게 줄어든 반면 공급량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12월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상한선을 10% 확대했다.

작년초부터 시작된 아시아경제위기는 수요를 대폭 위축시켰다.

올해도 이같은 구도는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국가들의 경제가 제궤도에 올라오기는 힘든 상황이어서 그렇다.

유류 수요감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아시아 금융위기였다.

95년부터 3년간 아시아 지역에서는 석유소비가 연평균 하루 80만배럴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하루 50만배럴 정도가 줄어들었다.

아시아국가들의 경제가 올해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유류소비가 97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서기는 어렵다.

재고로 쌓인 원유만 소화돼도 다행인 상황이다.

공급측면에서 봐도 유가상승 전망은 어둡다.

OPEC의 정책협조가 안되고 있다는 게 큰 이유다.

OPEC는 작년에도 3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원유감산에 합의했다.

그러나 목표치를 채우는 나라는 별로 없었다.

감산실적은 합의목표(하루 2억6천만배럴)의 60%선에 그쳤다.

비OPEC국가인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 등도 당초 감산에 참여한다는
계획에서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러시아는 국가경제위기로 오히려 수출물량을 늘렸다.

작년 8월이후에는 감산규모가 목표치의 90%선에 달했지만 유가하락 저지
라는 당초 목표는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GCC(걸프협력회의)도 감산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인상요인도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혹한이 시작된다면 석유소비가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1월에서 5월사이에 북반구에서 라니냐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산유국간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오는 3월 구체적인 합의도출을 목표로 물밑대화가 진행중이다.

감산규모를 늘리자는 쿠웨이트 알제리 등의 주장과 감산기간을 연장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의견이 맞서고 있긴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
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또 작년 저유가로 각종 유전개발과 생산프로젝트들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탓에 올해 증산규모가 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라크의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라크는 유엔의 인도적 수출프로그램(Oil for Food Program)에 따라 하루
1백8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강화돼 인도적 수출프로그램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원유공급량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결국 아시아 등의 경제회복으로 수요가 다소 살아나기는 하겠지만 획기적인
감산이 따르지 않는한 유가 급상승은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