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감정 대립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야당총재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야한다고 언급,
발언의 배경 내지 의도에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박 대변인은 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국정은 법대로 수행해야
하지만 정치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이회창 총재에게 정부는 물론 여권에서도
상응하는 예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이종찬 안기부장의 발언에 대해 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원칙을 말했을 뿐이다"라고만 답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안기부장이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에서 "한나라당은 안기부
에 대해 오도된 사고를 가진 지도자 때문에 방향을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는
등 이 총재에 대해 "정치성"비난 발언을 해 한나라당을 격앙시켜 검찰에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박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
졌다.

특히 박대변인이 "강한 야당이 있어야 강한 정부가 되며 국정의 파트너로서
야당이 중요하다"고 한 부분은 "강경 일변도"였던 대야전략이 수정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이 총재에 대한 검찰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 "검찰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측에서는 박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여권이 너무한다"는 일부
여론을 의식한데서 나온 정치적 수사가 아니겠느냐고 보는 분위기다.

여권이 야당의원 영입작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이같은 한나라당의 시각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