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khwang@aaww.com >

지난해 내한했던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의 공연중의 일이었다.

"삐리릭~ 삐리릭~,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공연장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휴대폰 소리, 뜻하지 않은 불청객으로 한순간에 공연장의 분위기
는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 순간부터 진정한 의미의 공연은 끝나고 만 것이다.

현재 휴대폰 가입자수가 1천3백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단기간에 실로 엄청난 성장세이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쉽게 휴대폰 사용자를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소득이
전혀 없는 청소년까지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이렇게 외형적인 면에서 보면 휴대폰 선진국임에 틀림없지만 사용문화측면
에서 보면 아직 후진국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을 주기위해 보금된 휴대폰이 무분별하게 사용됨으로써
우리에게 만만치 않은 정신적 피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간에 급속히 보급된 휴대폰이기 때문에 성숙된 사용문화가 정착
되기 위한 과도기라 생각하지만, 사용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이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 선진국의 경우 휴대폰 사용문화가 성숙되어 있어 공공장소나 운전중
에는 휴대폰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며칠전 모방송 프로그램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중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뉴욕커의 모습을 보고는 많은 것을 느꼈다.

그 사람은 급하지 않고 또 사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가능한한 공중전화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어떠한가?

IMF한파속에서도 휴대폰 가입자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무절제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휴대폰 사용자들의 성숙된 사용문화가 필요하다.

공공장소나 운전중에는 사용을 자제하고 특히 의료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병원에서는 사용을 금했으면 한다.

또한 청소년들의 휴대폰 사용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다.

외형적인 성장에 맞게 보다 성숙된 휴대폰 사용문화를 정착시켜 스스로를
원시인으로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