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7일 오후 경제청문회 국정조사계획서 등을 기습 처리하면서도
한나라당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이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등 고위관계자들이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반드시 처리한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궁금증은 더해진다.

우선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 수 있다.

야당의원들이 격렬하게 저지하는 상황에서 가부간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이유야 어찌됐던 사흘 연속 여당이 밀어붙이기를 하는 상황에서 개인적
인 친분 등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사실상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처리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서 의원 체포동의안을 상정만 할 수도
있었으나 강행하지 않은 것은 여야 격돌의 또다른 불씨를 제공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상황 인식으로 풀이된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안기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마당에 체포동의안까지 처리한다는 것은 정국 운영의
그림상 너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의 경우 국정운영에 꼭 필요한 민생.규제 개혁 법안과는 본질적
으로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정초부터 계속된 파행정국을 무한정 끌고 갈 수도 없고 청와대가 강조한
대로 야당총재에 대한 예우차원에서도 이번에는 일단 넘어가자고 여권이
결정했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일부터 제200회 임시국회가 열려 서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는 당분간
수면하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국 전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그 불씨는 살아있는 셈이다.

< 양승현 기자 yangs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