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차단 속옷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이엠통상의 김찬웅 사장(43).

그는 얼마전 외환카드사를 찾았다가 심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한 속옷 대금 1천달러의 결제를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이다.

카드회사가 지급을 거부한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규모가 적고 거래실적이 미미하다는 것.

김 사장은 "이엠통상을 정 못믿겠으면 외국 구매자들이 카드대금을 입금하고
나서 결제해 달라"는 대안을 내놨다.

역시 "노"라는 대답이 날아왔다.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한후 처음으로 올린 판매실적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김 사장의 "인터넷을 통한 수출의 꿈"도 함께 날아가 버렸다.

갤러리 어반아트컨설팅의 박명숙 사장(41)도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
하려다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 판매한 상품대금을 국내에서
결제해줄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궁리끝에 주소를 한국 대신 미국 인터넷기관에 등록하는 "편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한 업체와 제휴관계를 맺어야 했다.

그래서 판매대금을 제휴업체가 우선 미국의 카드회사로부터 받은후 한국에
송금하는 형식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절차가 번거로운 것은 물론 판매대금의 3% 정도를 꼬박꼬박 수수료로 떼이고
있다.

비단 이들 업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3백여 국내 중소기업들도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

심지어 이엠통상처럼 가맹점으로 가입한 업체마저 결제를 거부당하는 실정
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인터넷 쇼핑몰을 상품 홍보용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 롯데인터넷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한솔CS클럽 LG유통 등 대기업들은 별 어려움없이 카드회사에서 대금결제를
받고 있다.

카드업체들은 "중소업체는 해킹을 당할 우려가 있고 신뢰성이 낮아 인터넷
을 통한 거래대금을 결제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환카드 상품개발팀 임창업 대리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일부 대기업
을 제외하고 중소업체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한 판매대금 결제를 해주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2000년 세계 인터넷 상거래 시장규모는 6천5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가 무역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수출첨병인 우리 중소기업의 "인터넷 무역"은 카드회사의 지급
거부로 원천봉쇄 당하고 있는 셈이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