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석탄같은 화석 연료는 머잖아 고갈된다.

고갈되기 전이라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만큼 세금을 내는 시절이 되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전력의 반을 얻고 있는 원자력발전에도 한계가 있다.

핵폐기물 발생에 따른 환경오염과 안전성이 문제다.

이미 14기가 가동중인 이 땅에 원자력발전소를 더 세울만한 곳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존 에너지원은 한계가 있는데 삶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소비는
늘어난다.

대체 에너지원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의 실정으로는 대체 에너지원 가운데서도 풍력이나 조력과 달리
자연환경에 제한을 덜 받으면서도 집약적인 것이 유리하다.

이런 미래 에너지원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품고 사는 한국인들이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의 김창수(45) 박사.

국내 연료전지 분야의 선구자로 20년째 연료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수소와 산소로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열과 전기를 얻는 것이 연료전지다.

기존의 발전방식이 고온고압의 가스나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과 달리
연료전기는 전기를 직접 발생시킨다.

에너지효율은 80% 정도로 화력발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다.

공해물질도 나오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화력발전에 비해 60%가량 적다.

몸에 나쁜 질소나 황 산화물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연료전지는 전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원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다.

곧 손에 잡힐 미래 에너지 기술이기도 하다.

김 박사는 연료전지가 상용화되면 발전소가 지금의 30분의1 크기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도심에도 강력한 발전설비를 놓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인산형 연료전지의 경우 앞으로 5년이면 상용화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기자동차용으로 쓰일 고분자 연료전지도 5년내에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양화학중앙연구소와 공동으로 이미 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소이온교환막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10kW 인산형 연료전지 개발에도 성공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였다.

지금은 5kW 짜리 고분자 연료전지를 개발중이다.

이 정도면 가정용으로는 충분하다.

그 다음 목표는 전기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30kW급 연료전지다.

한국전기연구소의 류강식(43) 박사는 초전도 전력응용 연구에 12년째
정열을 쏟고 있다.

저항없이 전기를 흘려보내는 물질이 초전도체다.

류 박사는 초전도체를 이용해 발전과 송전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연구 분야는 3가지다.

초전도체로 전선(케이블)을 만드는 것이 하나다.

초전도전선은 구리선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전기를 아무리 먼 곳이라도
손실없이 보낸다.

초전도전선은 2010년께면 실용화 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구리선보다 전송능력이 5배 뛰어난 초전도전선을 내놓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두번째 분야는 초전도전기저장장치다.

초전도체로 만든 코일속에 전기를 가둬두면 아무리 오래 돼도 손실이
없다.

양수발전이 남는 전기를 위치에너지로 바꿔 저장하는 것과 달리 전기
자체를 저장하는 것이다.

초전도저장장치는 충전과 방전도 순식간에 이뤄진다.

류 박사 팀은 이미 0.7MJ(메가주울)짜리 초전도저장장치를 개발해냈다.

지금은 오는 2001년을 목표로 1MJ급을 개발중이다.

세번째 연구분야는 초전도를 이용한 발전이다.

초전도체를 발전기 소재로 쓰면 기존 구리에 비해 손실이 60% 이상
줄어든다.

류 박사 팀은 지난해말 이미 30kW 초전도발전기를 개발했다.

그는 2010년이면 초전도발전기가 실용화돼 한 해 에너지 비용이 3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소의 이경수(43) 박사는 핵융합에서 에너지를 얻는
이른바 "인공태양"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핵융합은 수소끼리 합쳐지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현상이다.

원자력이 핵분열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과는 정반대다.

핵융합현상은 플라즈마를 발생시킨다.

플라즈마는 기체와 액체 고체에 이은 물질의 제4형태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플라즈마 덩어리다.

핵융합 연구를 인공태양 연구로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세계적인 핵융합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KSTAR(국가 핵융합연구개발계획)가 그것이다.

핵융합에서 전기를 얻는 정상상태를 3백초간 유지시키는 것이 KSTAR의
목표다.

이 박사는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이미 세계 수준의 타코막(플라즈마발생장치)를 만들어
냈다.

이 장치는 3년반째 대덕연구단지에서 가동되고 있다.

이 박사는 인공태양이 앞으로 30년 안에 실현될 될 것으로 본다.

핵융합 연구는 세계적으로 1950년대에 시작돼 지금은 16kW를 얻는
수준까지 왔다.

발전설비로 제 몫을 하려면 1백만kW 정도는 돼야 한다.

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는 2010년까지 1백만kW를 1천초 동안 유지시키는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