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회복이 관건 ]]

일본 경제 회복 여부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있다.

질문은 단한가지다.

올해는 일본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다.

엔 국제화 문제나 아시아경기회복도 상당부분이 일본의 플러스 성장
여부에 달려있다.

오부치정부가 "경제 재생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부치총리는 신년회견에서 "내각이 정한 0.5% 실질성장율을 기필코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세제와 재정의 발본적인 구조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신경제계획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경기회복을 위해 예산 세제면에서 대담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다.

그는 유럽연합 정상들과의 연쇄회담에서도 플러스성장 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새해벽두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1일 도쿄주식시장에서는 엔화가 한때 달러당 1백8엔대를 기록했다.

2년4개월만이다.

이에앞서 런던과 뉴욕시장에서도 엔 환율은 1백엔대에 진입했었다.

엔환율의 하락은 일본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려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게 수출업자들의 고민이다.

장기금리도 뛰고있다.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올들어 2%대까지 올라섰다.

사상최저인 0.6%대로 곤두박질쳤던 장기금리가 급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금리 급등에 맞춰 은행들의 우대금리도 경쟁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가뜩이나 부진한 실물경제는 금리인상의 부담을 더욱 느낄 것이다.

내려갈 때는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었던 금리지만 올라가면서부터는
실물경제에 대한 부담이 거론되는 것은 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다.

주가 또한 폭락하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1만3천엔대까지 떨어져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해온 1만4천엔대가 붕괴된 지는 이미 오래다.

일본경제에 엔고 주가하락 채권가격 하락등 3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역풍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경기대책을 위한 국채발행증가로 금리상승을 부채질 하는
동안은 주가하락과 엔고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금리상승에 따른 미일간 금리차 축소가 주가하락과 엔고의
결정적 이유라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중남미경제의 불안과 유로의 등장도 엔고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엔환율이 조만간 1백5엔대까지 진입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금융자본시장에서 뿐만이 아니다.

해외부문 쪽도 심상치않다.

미국의 통상압력도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철강업계는 냉연강판 반덤핑 혐의로 일본기업을 제소할 움직임이다.

엔고에다 통상압력으로 수출시장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간기관들의 경제전망 또한 비관적이다.

46개 주요 민간연구기관들은 12일 올해 실질경제성장율을 마이너스 0.5%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 목표치에 비해 1%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긴급 경제대책이 민간수요 확대에 미치는 효과를 정부가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쪽 반응은 아직 낙관적이다.

경제기획청은 "민관기관들은 경기후퇴국면에서는 으례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통산성의 와타나베 차관도 11일 "새해에는 경기가 확실히 바닥을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야자와 대장상 역시 "검은 구름속을 날으는 비행기처럼 지금 당장은
일본경제의 시계가 제로지만 곧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경제가 헤이세이연도에 들어선 이후 11년째 계속되고 있는 불황에
종지부를 찍을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낙관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게 결론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