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한창 달아 오르던 지난해 12월 중순.

증권사 객장에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종목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주식을 사달라는 투자자들이었다.

당시 증권.건설주에는 이런 주문들이 쇄도했다.

그뒤 증권.건설주가 연3일 폭락하자 "묻지마 군단"은 큰 상처를 받고말았다.

새해들어서 이런 광경은 거의 사라졌다.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아마 "학습효과"가 가져다 준 결과일 게다.

대신 많은 투자자들이 뮤추얼.주식형펀드 등 간접투자수단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문투자가에게 주식투자를 대신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선진국형으로 자리매김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묻지마 투자"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투신사들은 펀드를 내놓으면서 연30% 또는 6개월내 30% 등 대단히 높은
수익률을 내걸고 있다.

연30%는 어찌보면 우리에겐 "익숙"할 지도 모른다.

1년전만 하더라도 연30%짜리 상품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 당시 1년만기 상품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최근 30%이자를 만끽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돈은 이제 갈 곳을 잃었다.

눈을 씻고 봐도 연12%정도가 고작이다.

부동자금의 이런 처지를 간파한 투신사들은 주식시장의 활황이란 외부 힘을
등에 업고 연30%라는 미끼를 던졌다.

고금리향수에서 헤어나지 못한 돈은 "웬 노다지"냐며 환호성이다.

펀드가 나오기 무섭게 동이 나버린다.

어떤 회사 상품인지, 펀드매니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연30%만 눈에 보일 뿐이다.

"묻지마 뮤추얼펀드"다.

주식투자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게임이다.

연30%의 기대가 원금손실로 끝나버릴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펀드목표수익률을 제시하지 말라고 투신사에 지시한
것도 나중에 닥칠 후유증을 의식한 조치다.

사실 연30%는 "도박성"이 다분하다.

우선 수익률과 안전성은 통상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의 금리수준(연7%)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실질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이 금리라면 투자자들은 연6%선의
수익률로 만족해야하지 않을까.

장진모 < 증권부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