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행의 발신지 파리와 밀라노.

이곳에서는 시즌을 한발짝 앞서 다음에 유행할 패션이 발표된다.

파리와 밀라노에서 전해온 올 봄 여름 패션 트렌드는 한마디로 극과 극의
조화, 공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군복 패션인 밀리터리룩이 아주 여성적으로 표현되는가 하면 아프리카
민속풍의 액세서리와 현대풍의 세련된 정장형과 결합하기도 했다.

스포츠룩도 강하게 제시됐다.

옷 하나 하나에 스포티한 느낌이 진해진다.

이러한 해외 뉴패션이 국내에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올 2월 국내에 상륙할 예정인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봄 여름 상품은
40년대의 "오리지널 디오르 룩"을 연상시킨다.

이 브랜드의 창시자인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스타일이 그 어느때보다도
많이 반영된 것이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재킷, 부드럽게 옆으로 퍼지는 플레어 스커트
등 47년에 발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파리지엔느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해석됐다.

전반적으로는 기존 크리스티앙 디오르 라인에서 여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좀더 젊어진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특징이다.

바지는 통이 넓어져 활동적인 멋을 풍기고 수트는 타아이템과 믹스
매치하기 쉽도록 위아래가 독립성을 갖는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군복을 믹스해 놓은 것같은 스타일도 관심거리다.

이것은 이번 시즌 디오르의 중심 컨셉트중 하나로 색상은 그린 카키
계열과 가벼운 블루나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 등이다.

그 위에 포인트로 빨간색상의 별 문양이나 디오르 로고의 버튼을 달아줘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밀리터리룩의 딱딱한 느낌을 덮어주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실크 등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했다.

넥크라인은 차이나칼라 스타일.

손목에는 넓은 커프스를 대어 새로운 밀리터리룩을 연출했다.

구치(GUCCI)는 올해 봄 여름 컬렉션에서 로데오 라스베이거스 아메리칸
인디언 아프리카를 주제로 삼았다.

언뜻 생각하면 서로 다를 것 같은 에스닉(ethnic)한 주제들을 브랜드
특유의 단순하고 쉬크(chic)한 라인 아래 통일된 이미지로 연출해냈다.

구치 컬렉션은 또 매우 현실적이고 입기 쉬운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캐주얼한 정장으로 대표되는 구치 고유의 스타일이 이번 상품에서도
그대로 지켜진 것이다.

다른 시즌 컬렉션에 비해 검정색이 다소 적었고 대신 터키색 옐로 핑크
오렌지 등 선명한 색상이 많이 선보인 것도 특징이다.

화려한 패턴과 꽃문양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에스닉 이미지의
대표적인 색상과 패턴들이다.

소재는 면 실크 가죽 에라스틱(elastic)이 주로 사용됐다.

특히 에라스틱 소재는 벨트 신발 수영복 스커트 등 모든 곳에 사용됐으며
고무로 만든 이브닝웨어와 수영복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깃털 모조다이아몬드 자수 비즈장식 등 에스닉한 장식요소가
선보였다.

구치는 이번 컬렉션에서 서로 다른 소재를 과감하게 믹스, 찬사를 받았다.

예를들면 고무같은 모던한 소재에 아프리카풍의 비즈와 아메리칸 인디언의
깃발을 장식한 디자인 등이다.

액세서리도 기존 검정색 일변도에서 탈피했다.

핸드백의 형태는 매우 클래식하지만 색상은 오렌지 터키석처럼 매우 밝은
색을 사용했다.

가죽이 아닌 캔버스가 핸드백의 주요 소재중 하나라는 사실도
주목할만하다.

신발은 앞코가 조금더 둥근 형태며 매우 납작하다.

비즈와 깃털 장식이 포인트.

에트로는 혁신과 전통의 융합이라는 자사의 이미지를 지켰다.

옷깃이 없는 깔끔한 라인의 재킷, 신체의 중앙을 타원형으로 양분하듯
그려지는 밑단라인, 원형에 가까운 소매,반 달모양으로 처리된 포켓 등
전체적으로 조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났다.

액세서리로는 그네 형태의 손잡이를 가진 백과 사람의 폐모양을 본뜬
두개의 주머니를 연결한 스틸 핸드백이 선보였다.

또 곡예사들이 신던 앞코가 들려진 발레이 슬리퍼와 4cm 굽의 사브리나도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나일론 백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프라다는 올 봄을 겨냥해
스포츠 라인을 발표, 화제를 모았다.

"미학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테크놀로지와 일반적인 착장 개념을
혼합시키고자 했다"는 프라다측의 의도는 일단 성공했다.

스키웨어 골프 조깅 사이클 등 운동에 적합한 옷이면서도 패션성이
돋보인다는 전문가들의 호평과 함께 시장에서의 실제 반응도 폭발적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프라다의 스포츠 라인에 부착된 고무로 된 가느다란 사각형 띠 모양의
붉은 색 라벨은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페라가모는 99년 봄 여름 상품 디자인에서 동양적 요소와 웨스턴 스타일의
조화를 꾀했다.

또 여기에 다시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얹어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페라가모가 선보인 상품은 중국풍 셔츠, 아라비안 튜닉, 남성적인 느낌의
통넓은 팬츠, 하얀색의 재킷 등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어울려왔던 새틴 샌들이나 하이힐이 아닌 납작한 슬리퍼나
뮬(mule)이 신겨졌다.

또 지난해까지 유행했던 몸의 라인을 드러내는 실루엣은 사라지고 편안한
라인이 소개됐다.

지난 시즌 선보였던 옆선이 깊게 트인 드레스와 스커트 대신 풍성한
바지와 넓은 튜닉도 이 회사의 전략 패션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