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펠튼 맥킨지서울사무소장은 13일 "한국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성장을 위한 축소(shrink to grow)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전경련 국제경영원 주최 최고경영자월례조찬회에서 "한국
기업의 세계화와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국기업들이 지난1년간
괄목할만한 구조조정 성과를 거뒀으나 이는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각종 지표상으로 위기를 탈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외환위기와
그에 따른 금융경색현상이 끝났것에 불과하다"며 "구조조정은 5~6년 걸리는
중장기과제이기 때문에 결코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펠튼 소장은 5대그룹이 지난 1년간 계열사수는 8% 줄이고 종업원을 3.3%
축소했지만 1인당 매출액은 오히려 2.1% 줄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의 속도 문제와 관련해 그는 엑슨-모빌과 시티코프-트래블러스
등의 인수합병이 4~6개월내에 마무리됐으나 한국의 경우 기아.아시아자동차
의 매각이 14개월 걸렸고 제일은행이 1년 소요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한보철강은 언제쯤 매각이 매듭지어질지 모른다면서 구조조정의
속도가 제대로 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구조조정은 "성장을 위한 축소"라고 전제하고 우선 비주력사업
을 매각 또는 청산해 원가와 고정비를 절감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부문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축소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핵심사업부문의 인수 등으로 성장을 추구하면서 실적중심의 효과적인
인센티브제도 등으로 종업원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펠튼 소장은 한국의 부문별 구조조정추진 성과에 대해 "금융 구조조정은
매우 효과적으로 이뤄졌으며 기업구조조정도 중간정도의 성과를 냈으나 정부
부문 구조조정이 가장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통합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해당부문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곤란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적이며 전세계적으로도
대규모 통합이 일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