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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에어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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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테르의 비극 "이렌"이 연극으로 공연돼 인기를 모으고 있던 때의
    이야기다.

    그가 이 작품으로 월계관을 받게 됐다.

    월계관 수여식을 보기위해 군중들이 집 앞에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엄청난 군중이로군"

    친구가 이렇게 감탄하자 볼테르는 "이게 뭐가 많소? 내가 사형을 당한다
    해도 이만한 군중은 모일텐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중스타에 대한 군중의 이율배반적 감정을 이처럼 잘 드러내주는 이야기도
    흔치 않다.

    그러나 어제 은퇴한 세계적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의 경우를 보면 볼테르의
    이야기가 무색해 지는 것 같다.

    세계의 언론은 그를 "신화이자 한 편의 시"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럽의 한 신문은 "미국인들은 조던 대신 차라리 클린턴이 물러나기를 바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조던은 농구에 관한한 무적의 달인이었다.

    "에어 조던" "컴퓨터 슛터"란 애칭처럼 바람처럼 상대방 수비진을 헤집고
    다니며 1m가 넘는 다이내믹한 점프와 뛰어난 드리볼,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정확한 슛팅으로 전세계 팬들을 열광시켰다.

    관중은 그의 배번인 "23"이란 숫자만 나타나도 함성을 질러댔다.

    한때 도박에까지 손을 대고 은퇴해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다시
    코트로 돌아왔을 때 그의 인기는 오히려 배가 했다.

    결국 그는 농구를 전세계적 인기 스포츠로 끌어 올리고 스포츠마케팅이
    새로운 장을 열도록 하는데도 일익을 담당했다.

    그의 은퇴와 함께 나이키사의 주식이 내림세를 보이고 그가 광고모델로 나온
    음료 의류사, TV사들까지 "조던 쇼크"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그의
    상업적 가치는 놀랄만큼 크다.

    사람을 돈으로 환산해 말하는 것은 끔찍스러운 일이지만 지난해 그가 시장
    에서 거둬들인 마케팅 효과는 1백억달러로 추정된다니 놀랍다.

    조던은 지난해 3천8백만불을 벌어들여 달러박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조던 쇼크"를 몰고 올만하다.

    사람은 들고 날때를 잘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동양의 오랜 명언
    이지만 그런면에서 인기 절정의 순간에 코트를 떠난 그의 결단은 그를 세계인
    의 가슴에 "신화속의 농구선수"로 남게할 것이다.

    조던은 신화를 남기고 떠났다.

    그러나 은퇴후의 인기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대중 인기란 영원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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