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서울 면목동 주택가의 한 이면도로.

자물쇠가 채워진 커다란 로보트가 벽쪽 길바닥에 세워져 있다.

동네 꼬마들의 장난감이겠거니..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

다름 아닌 주차금지 표시다.

퇴근 뒤 내차 한대 확실히 주차시키자고 좁은 골목길에 만들어 놓은
"철 구조물"인 것이다.

타이어, 콘크리트 덩어리, 삼각 바리케이드 등 어지간한 주택가 골목에는
"내 주차장"을 지키기 위한 이런 시설물들이 다 있다.

주차문제에 관한 한 주택가는 거의 매일 "전쟁"을 치른다.

많은 운전자들이 퇴근길에서부터 "오늘은 주차자리가 있을까.."를 고민한다.

좀 형편이 낫다는 아파트단지에서도 "2중 주차는 기본, 3중 주차는 선택"일
정도다.

그러다보니 주차시비도 많이 벌어진다.

우선 남의 차 앞에 주차를 해놓고도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놓은 채
사라지는 "몰매너".

물론 연락처는 적혀 있지 않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풀어놨어도 차를 삐딱하게 세우거나 너무 빡빡하게
일렬주차를 해서 옆으로 밀수 없게 만든 경우도 흔하다.

지나치게 바짝 차를 옆에 붙여 세우는 바람에 운전석 문을 열수 없는 때도
있다.

경비원이 가까스로 운전자를 찾아 연락해도 별 미안한 기색들이 아니다.

"옷은 입고 나와야 되지 않느냐"며 10~20분씩 기다리게 하기도 예사다.

핸드폰 번호를 적어 놨지만 차주인은 연락이 안되는 장소에 있거나, 집
전화번호를 붙여 놓고 운전자는 외출해버린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모두 입장을 바꿔 생각하지 않는데서 생긴다.

"만일 내가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하고 한번쯤만 생각해도 문제는 해결
된다.

한 미국인 유학생은 "미국에서는 주차공간이 대부분 여유있지만 이런 일이
생길 경우 경찰이 서둘러 차주인을 찾아주고 경고장을 발부한다"며 "불법주차
딱지는 개인기록으로 남아 사회적인 신용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
이러한 행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고장을 발부했는데도 차를 치우지 않으면 타이어 잠금장치를
해버려 주인도 차를 가져갈 수 없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