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내각제 합의는 국민의 정부 출범전에 국민들
에게 한 약속인 만큼 지킬 것이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공론화
시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내각제 공론화 시기 연기와 관련된 청와대 당국자의 첫 발언으로 현재
와 같은 경제상황이 계속될 경우 연내 내각제 개헌은 어렵다는 공식적인
언급이어서 자민련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특히 "내각제 개헌을 국민과 약속했을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으며 6.25이후 최대 국난
상황이 초래된 만큼 당분간 경제우선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각제 문제를 공론화하면 정국이 바로 그곳에 함몰된다"면서 "자칫
정국이 내각제 문제 등으로 달아올라 개헌정국으로 발전하면서 국론이 분열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내각제 개헌은 대국민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질 것"
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후반기쯤 가서 개헌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측의 이같은 입장 천명에 대해 자민련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자민련은 이날 발언 진의와 경위에 대해 청와대측의 해명을 강력히 촉구
했다.

이완구 대변인은 "권한밖의 사람들이 중대한 국가적 문제를 경솔하게 언급해
대통령과 국민에게 걱정과 불안감을 주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
했다.

이규양 부대변인은 "지난해 12월18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머리를 맞대고 빠른 시일안에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두 분이 풀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순리이며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대통령의 뜻에도 반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측의 전격적인 입장 표명은 지난 주말의 자민련 대전교례회가 사실상
''내각제 출정식''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미묘함을 더해주고
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