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감기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브라질 외환위기로 세계 각국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최근 이런 뉴스를 접하고 가슴을 쓸어 내린 사람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우리나라 사람이면 대부분 감기와
외환위기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게 분명하다.

수십년만에 처음이라는 요즘 감기는 곧잘 외환위기와 비교되곤 한다.

전염속도나 현상, 바이러스 퇴치방법이 외환위기와 비슷하다.

우선 전파력이 엄청나다.

전세계적이다.

꼬리를 물고 지구촌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는게 외환위기와 닮아 있다.

체질이 약하면 걸리기 쉽다는 점도 같다.

체력이 약하거나 피로한 사람이 감기에 잘 걸리듯이 외환위기도 경제체질이
튼튼하지 못하면 피하기 어렵다.

쉽게 낫지 않고 한번 걸렸다해도 언제든지 다시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비슷
하다.

치유법도 엇비슷하다.

감기에 걸렸던 사람들은 3단계 처방을 제시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 체질을 튼튼히 하라. 만일 감기기운이 있으면
초기에 진압하라. 감기기운이 약화됐더라도 재발방지를 위해 체력을 보강
하라"

이번 브라질 외환위기를 감기와 비교해 보면 일단 초기대응이 잘 되는
모양이다.

물론 안심할 단계가 아니지만 주가가 하룻동안 출렁이는 정도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쉽게 넘어가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브라질은 미국의 코앞이니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것이라든지,
브라질 위기는 태국이나 러시아와는 성격이 다르다든지, 재정문제와 정치적
인 내분이 원인일 뿐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은 많다든지 등이 그 이유다.

만에 하나 브라질 외환위기가 확산된다해도 한국은 예외가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경제의 체질이 1-2년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외 기관들의 한국경제분석은 "낙관"과 "칭찬" 일색이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

올해는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는 등.

너무 심하게 비행기를 태워 어지러울 정도다.

우리 정부는 아예 한술 더뜬다.

무디스가 곧 신용등급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놓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우리의 처지를 곰곰히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재정사정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는 더더욱 말이 아니다.

경기는 좋지않아 거둘 세금은 줄었는데 쓸 돈은 너무나 많다.

지방세로는 월급도 주지 못할 형편인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다간 브라질처럼 지방정부가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을 갚지 못하겠다고
나오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도 쓸데없는 기우만은 아닐성 싶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쌓아 놓은 외환보유액도 절반이상이 사실상 빚이다.

지금 경제가 회복됐다고 자만하는 것은 보리밭의 보리를 길게 뽑아놓고
보리가 많이 자랐다고 떠드는 우화속의 농부나 다를바 없다.

더 걱정스러운 건 정치권의 동향이다.

자칫하면 내각제 실시등을 놓고 한판 붙을 조짐마저 보인다.

브라질 사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하릴없는 정쟁이다.

브라질 사태가 먼나라 얘기라고 가볍게 넘길수만은 없게 돼있다.

혹시나 브라질의 경우처럼 국내에서도 정치권이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그건 요즘 감기보다 더 심한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다.

박영균 < 경제부장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