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남미 경제의 달러화(dollarization)"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가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아예 남미 국가의 통용화폐를 달러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15일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소집, 자국화폐인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를 통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환율변동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는 페소화와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는게 그의 논거였다.

메넴 대통령은 또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
에게도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단일통화제를 실시할 것을 제의했다.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이며 칠레와
볼리비아가 준회원국이다.

이에대해 호케 페르난데스 경제장관은 "달러화를 통용화폐로 사용하는
방안을 이미 검토해 왔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측과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페드로 포우 중앙은행장, 파블로 기도티 경제차관과 함께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페소화의 평가절하 위험 때문에 페소화 대출에 대해서는 달러화
대출에 비해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강조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달러와 페소를 1대1로 고정시키고 달러 유출입에 따라
페소화 통화량을 조절하는 "커런시 보드(달러연동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연동제 붕괴를 예상한 투기
세력들의 공격을 받아 강력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 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실제적 효과를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환투기 공격은 피할 수 있겠지만 경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지는
못할 것"(MCM커런시워치 분석관 케빈해리스)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투기꾼들은 통화라는 투기공격 목표를 잃는 대신 주식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을 목표로 삼아 또다시 경제를 교란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미국 FRB가 과연 남미 경제의 달러화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FRB로서는 남미 경제가 달러를 통용화폐로 채택할 경우 그만큼 역외 달러의
유동성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날 갑자기 남미가 다시 자국통화로 돌아서기라도 한다면 FRB는
남미에 풀린 달러를 흡수해야 하는 막중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메넴의 발언을 환투기꾼들을
쫓아내기 위한 위협성 발언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지난 95년 멕시코의 페소화 폭락 사태때도 "달러화
통용 구상"을 비쳐 위기를 벗어난 적이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