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제금융전문가, 여성, 제2금융권 출신.

요즘 이른바 "신은행원"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은행업무의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은행을 이끌어가는 사람들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외부전문가
를 데려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챙기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외인부대의 선두주자는 김정태 주택은행장.

김 행장은 특히 올해 52세로 은행장중 최연소다.

김 행장은 은행원(조흥은행)으로 출발했으나 증권(대신 동원증권)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맨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동원증권에서 근무하던 옛 부하직원을 주택은행 자본시장
실장으로 영입,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행장은 현재 임원급 외부전문가 2명도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원급에선 조흥은행 최동수 상무와 고영철 이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현재 각각 여신과 국제금융을 지휘하고 있는데 금융계에선 전문가로
통한다.

조흥은행은 이들 외에 외부전문가 50여명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현재 대상자
를 고르고 있다.

한빛은행의 이수길 부행장은 한국종금 부사장에서 일약 슈퍼뱅크 2인자로
등극했다.

그도 국제금융과 여신에 밝다는 이유로 은행에 특채되며 중임을 떠안았다.

한빛은행은 전산정보본부장(CIO.임원급)에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간부급 외국인 전문가도 물색하고 있다.

외국인중에선 외환은행의 드로스트 전무와 메어포르트 상무가 눈에 띈다.

이들은 외환은행이 독일 코메르츠 은행과 합작함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케이스.

드러나진 않지만 속살림을 잘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이 투자금융 전문가인 데이비드 워커씨를 이사대우급
IR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연봉 30만달러를 받던 그는 한국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
비교적 낮은 연봉을 제시한 산업은행측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

구체적인 연봉액수는 비밀이지만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이면서 미국시민권을 갖고 있는 재미교포도 국내 은행에 취업해있다.

서울은행 이석희 이사대우가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서울은행을 해외매각하는 작업을 비밀리에 수행하기 위해 신복영
서울은행장에 의해 특채됐다.

신은행원 중엔 법조계 출신도 있다.

사법연수원 28기생인 정병훈씨는 최근 하나은행에 정식 사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견학차 하나은행을 찾았다가 김승유 행장과 인연을 맺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늦깍이지만 법조계보다는 금융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은행 내부적으론 3급 차장들이 대거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미은행의 경우 2백18개 점포중 3분의1가량이 3급 지점장으로 채워져있다.

서울은행은 2백94개 점포중 1백50여개를 3급 차장들이 이끌고 있다.

제일은행은 3백39명의 점포장중 1백6명이 3급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한미은행의 연경희(37) 독립문지점장, 김부자(39) 연희동
지점장 등은 30대 여성지점장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인물로 통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