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의 1천년주기(밀레니엄)를 마감하는 1999년이 밝아오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16세기의 예언가인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언을 했다.

"1999년 7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

앙골모아 대왕을 부활시키기 위해, 그 전후의 기간, 마르스는 행복의
이름아래 지배를 하게 되리라"많은 예언연구가들은 이 예언이 3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한 지구 최후의 날을 암시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 불길한 종말론적 예언은 세기말을 사는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노스트라다무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위대한 예언가도 아니며
그의 예언도 세기말을 겨냥한 많은 종말론 중 하나일 뿐이다.

노스트라다무스는 16세기 프랑스의 의사이자 점성술가였다.

전염병 퇴치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신비의 의사"라는 명성을 얻은 그는
50세 이후에 신과 교감하는 예지자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했다.

특히 그는 1555년에는 12권으로 된 세기(Les siecles)라는 예언집을
출간했다.

예언연구가들은 그가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출생, 볼셰비키 혁명,1,2차
세계대전 발발, 베를린 장벽 붕괴, 에이즈 출현, 심지어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을 미리 예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적중한 예언들 탓에 그의 예언에 대한 해설서는 현재에도 전세계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언가나 점쟁이에 대한 평가는 매우 후하다.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언은 항상 애매모호하고 아리송하게 표현된다.

그래야 막상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애매모호한 예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예언이 맞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맞혔다는 것만을 과장해서 떠벌린다.

노스트라다무스가 그의 예언집에서 3천개가 넘는 예언을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가 행한 예언의 정확성을 평가하려면 그의 모든 예언으로부터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여 얼마나 맞추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만일 이런 식으로 평가한다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보통사람의 예언이
우연히 맞을 경우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는 운문으로 쓰여 있어 난해하다.

히브리어와 라틴어 프랑스어가 뒤섞인 상징들로 가득찬 그의 예언은
대부분 무슨 예언을 하는 것인지 쉽게 해석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의 광의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어느 글귀에서 "히물러"라는 이름이 나오면 "히물러는 히틀러를
말한다"라는 식으로 잘도 해석하면서 "그래서 히틀러의 탄생을 맞혔다"고
우긴다.

수많은 분쟁과 대립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수천 개의
추상적인 예언 속에서 그럴듯한 것을 찾아 적중시키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세기말에는 언제나 종말론이 나타난다.

이런 종말론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사람들이 비이성적이고
나약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해 줄 뿐이다.

김진호 < 공군사관학과 교수 gemkim@hanmai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