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에 대한 요구는 기업들에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장부책을
쓰게 한다.

사회적 효용가치 창출을 위해 얼마나 투자했고, 그로인해 얼마 만큼의
결과를 얻었는 지를 수치화시키는 작업이다.

지금은 재무회계면 족하다.

부채와 자본의 증감에 대한 기록이다.

여기엔 기업과 외부 사이에 일어나는 화폐의 유출입 만이 표시된다.

결과치는 이익이나 손실로 나타난다.

회계장부를 보는 관심사도 "돈"이다.

수익력이 있는 지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경제학과 생태학의 목표가 일치되면서 "환경회계"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녹색회계(green account)"다.

녹색회계는 한마디로 경영의 전과정을 "환경"이라는 프리즘으로 여과시키는
개념이다.

단순히 환경친화적인 활동에 돈을 많이 쓰게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환경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적이다.

환경이라는 항목에 지출된 비용이 소모성 경비가 되지않도록 하는 게
녹색회계다.

녹색회계는 환경투자를 직접비용으로 계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회계방식에서 환경비용은 간접비용이었다.

공익활동비의 하나였다.

어디에 쓰였는 지도 잘 모르는 두루뭉실한 지출이었다.

그러나 녹색회계에서는 환경비용이 각 요소로 내부화돼 원가로 계상된다.

따라서 환경비용은 항목별로 정밀하게 세분화된다.

비용지출과 투자의 개념도 달라진다.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구입하는 비용도 환경회계에선 소모성 비품
구입비가 아니다.

이익을 국대화하기 위한 투자다.

환경회계도 철저한 손익계산을 바탕으로 한다.

환경투자에 따른 "이익"이 극대화되지 않으면 투자는 실패다.

오염배출을 줄이는 설비를 들여오거나 기술을 개발할 경우 손익이
정밀하게 계산된다.

이익은 화폐가치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우선은 환경투자로 얻어지는 사회적 효용증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기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도 반영된다.

환경개선 노력을 통해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면 당연히 집계된다.

환경에 대한 개념이 생산과 영업전략 전반에 파고드는 것은 물론이다.

바로 환경자원 자체의 효율적 배분과 효용 극대화가 녹색회계의
추구점이다.

그린회계는 부수적인 효과도 창출한다.

기업문화 자체를 환경친화적으로 촉진시킨다.

자연친화적인 기업문화는 미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대조건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계량화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그린회계 작성 여부가 이미 기업의 선진성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린 회계사"라는 직업까지 등장했다.

US&월드리포트는 최근 그린 회계사를 21세기의 가장 유망한 20개 직종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영리만 추구하던 기업도 이젠 자연의 일부도 되돌아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