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8단지 13평아파트에 사는 김용애(31)씨가 이코노
탐정사무실을 찾았다.

김씨의 고민은 이랬다.

3월중순이면 전세계약이 끝난다.

이사할 것인지 재계약할 것인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전세값이 급락해 차액을 받고 재계약하고 싶기도 하고, 같은 돈으로 평수를
넓혀 이사하고 싶기도 하다.

전세시세는 2천5백만~3천만원선.

지난 97년 3월 계약(4천5백만원)때보다 2천만원 가량 떨어져 있다.

집주인은 1천5백만원을 돌려줄테니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20만원씩 내고
계속 살아달라고 요구한다. 김씨가 돌아간 후 한경일 탐정사무소장은
봄철 이사시즌을 앞두고

김씨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판단, 전세시장 전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전세시장동향 =최정예탐정은 소장의 지시에 따라 상계동 일대를 조사했다.

최탐정은 김씨같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난해 IMF후유증으로 전세가격이 평균 20~30%이상 급락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김씨처럼 재계약여부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이사를 못한 이유는 두가지로 나타났다.

전세계약이 남아있다는 게 하나다.

또 하나는 해고 등 구조조정바람에 휘둘려 이사갈 엄두를 못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봄은 하락한 만큼의 전세값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돼
전세재계약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게 중개업소의 진단이었다.

상계동 늘봄중개업소의 관계자는 "중개업소마다 시세를 묻는 세입자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들은 떨어진 만큼 차액을 돌려받든지 아니면 평수를
넓혀 이사가겠다는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집주인입장 =아파트단지가 많은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단지를 조사한
안강최탐정은 목동11단지 20평형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 이모씨를
만났다.

이씨는 "세입자가 3월10일 이사가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내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97년 6천5백만원이었던 전세가격이 4천5백만~5천만원선에서 거래가
형성돼있어 1천5백만원을 내줘야 된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내보내도 걱정이라고 했다.

옛날 시세대로 6천5백만원을 다받을 수 없기 때문.

이씨는 여유자금이 없는 지금으로써는 세입자에게 참아달라고 애걸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씨는 차액을 돌려주되 월세로 전환해 은행에서 빌릴 1천5백만원의 이자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세입자입장 =세입자들은 올봄이야말로 내린 전세값을 돌려받을 기회로
보고 집주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IMF 1년동안 수입감소때문에 여윳돈도 바닥난 상태여서 차액으로
살림을 살거나 밀린 차입금을 갚겠다는 것이다.

2년전 일산신도시 백석동 33평형을 6천만원에 세들어왔다는 최모씨는 현지
조사나온 신바람탐정에게 "현시세는 4천5백만원선"이라며 "만료시점인 2월말
집주인이 차액을 돌려주고 재계약하자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차액중 1천만원은 대출금상환에 쓰고 나머지 5백만원은 생활비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전세금으로 평수를 넓혀 이사가는 세입자도 있었다.

<>분쟁해결 =한 소장은 서울지방법원을 찾아 분쟁해결방법을 물었다.

세입자와 집주인사이의 분쟁은 두가지로 압축됐다.

집주인이 자기주장만 고집, 만료후에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와
전세기간중에 하락한 시세만큼 전세금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다.

전자는 세입자와 집주인간 분쟁이 불가피하다.

우선 경매신청.경매신청을 하려면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되는데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때 법원이 지난해 시행한 독촉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법원에 독촉신청장을 제출하면 법원은 채무관계가 분명할 경우 1주일이내에
판결과 효력이 같은 결정문을 내려준다.

몇 개월의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일반소송보다 신속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세입자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경매신청을 하더라도 집을 먼저 비워줄 필요가 없다.

임대차보호법이 지난해 개정돼 집을 비우지 않고서도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임대차등기설정도 한 방법.

계약만료후에도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관할법원에서 신청하면
가급적 1회변론으로 법원이 결론을 내 집등기부등본에 법원명령을 찍어준다.

일종의 가압류도장이 집등기에 찍힌다고 생각하면 된다.

집주인은 손해다.

두번째 경우로 전세계약중인 사람은 조정신청을 통해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한소장은 대법원 인터넷홈페이지(www.scourt.go.kr)를 검색해 감액관련
안내문을 읽었다.

내용인즉 계약기간중 경제사정변경으로 전세가가 하락했다면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다.

감액청구는 법원에서 조정을 받아야 한다.

조정신청절차는 법원에 비치된 조정신청서를 쓰고, 여기에 부동산등기부등본
전세계약서, 주민등록등본, 전세하락입증시세(집근처 공인중개소확인서)등을
2부씩 제출하면 된다.


<>판례 =한경일소장은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에서 감액청구와 관련된
중요판례를 찾아냈다.

세입자 장모(48)씨가 집주인 이모(70)씨를 상대로 "전세값 4천만원을 깎아줄
것등을 요구한다"는 소송이었다.

민사2부는 시세가 당초보다 20%이상 떨어졌고 감액청구시점으로부터 전세
기간이 6개월이상 남았다면 감액대상이라고 판결했다.

< 고기완 기자 dadad@ 이심기 기자 sglee@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