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하순부터 선택 가능한 모든 대책을 검토 추진했으나 외국금융기관의
계속되는 자금회수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해 결국 IMF(국제통화기금)
자금 지원요청이 불가피하게 됐다"(재정경제부 관계자)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당시 재정경제원은 잘 했는데 외부적 요인때문에
IMF위기를 맞았다는 얘긴가"(의원)

경제청문회 첫날 국정조사 특위에 대한 재경부 보고에선 당시 재경원의
책임문제가 핫이슈였다.

특위위원들은 일단 재경부의 "반성" 강도가 약하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당시 원화가치를 억지로 높게 유지했던 환율정책의 실패가 환란의 직접적
원인 아닌가. 그런데도 재경부는 "환율정책을 적절히 운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이런 태도로 어떻게 청문회를
하자는 건가"(의원)

부실한 보고자료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캉드쉬 IMF총재가 극비리에 방한하기 바로 전날인 97년11월15일 핵심적인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그건 왜 경과보고에서 빠뜨렸나. 회의가 있었던 건
알고 있나"(의원)

그 와중에 입씨름도 오갔다.

"종금사의 감독에 대한 재경원의 직무유기를 인정하나"(의원)

"직무유기인지, 태만때문인지, 아니면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이 장관)

"보고서에선 종금사에 대한 감독소홀을 인정하고도 직무유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니 무슨 소리냐"(의원)

재경부 관계자가 40쪽 분량의 "경제위기 발생원인과 교훈"이란 보고자료를
읽는 중간중간에 이같은 논쟁은 수시로 불거졌다.

물론 이날 재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기대이하였던 게 사실이다.

작년초 감사원 감사때 작성했던 보고서와 비교하면 "무성의하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전임 장관이나 간부들을 너무 보호하려는 게 아니냐는 인상마저 풍긴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특위위원들의 방식이나 태도도 만족스럽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청문회의 목적중 하나는 환란 원인의 "실체적 진실"을 논리적으로 밝혀
정부 당국자들의 책임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이는 특위위원들의 몫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직무유기"를 시인하고 "자아비판"을 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특위위원들의 또다른 직무유기가 아닐까.

"IMF고통"속에서 경제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무디지
않다는 것을 정부나 국회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 같다.

<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