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사당을 지나 남태령을 넘어가면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산실
"과천청사"가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겨울철 하루 해는 짧기만 하다.

갑작스럽게 찾아 온 IMF관리체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저녁식사는 가까운 식당에서 배달된 된장찌개로 때우기 일쑤다.

잔무를 처리하다보면 어느새 밤 10시를 넘긴다.

주말을 반납하는 일은 그야말로 "다반사"다.

이런 분주함 속에서도 짬을 내 유익하게 활용하는 모임이 있다.

일과후 한사람 두사람씩 모여 높이 76cm, 넓이 2백74cmx1백52.5cm의 테이블
에서 무게 2.5g, 직경 38mm의 작은 공과 씨름한다.

탁구 실력이 없어도 괜찮다.

업무를 잠시 덮어두고 다른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한팀을 이루어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옛말에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 깃든다(A sound mind in a sound
body)"라는 말이 있다.

특히 책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번쯤 새겨봐야 할
말이다.

20여명의 "과학기술부 탁구회"는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위해 뛴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 저녁에 여는 시합은 추첨을 잘해야 우승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되어 참석하는 회원중 무작위로 번호표를 뽑아 파트너를 정해
복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시합에서는 직위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99년 "제1회 대회"에서는 대진운이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현재 탁구회 총무를 맡고 있고 대학시절에 선수로 활약했던 노환진 박사
(연구개발1담당관실)와 한 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첨을 잘했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깐, 이 막강한 회장조는 준결승전
에서 무참히 패하고 말았다.

우리 탁구회는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근무하는 부서가 서로 다르다보면 얼굴 한번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모임을 통해 건전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의 함양은 물론 동료간 우의를
돈독히 다지게 된다.

우리모임이 보다 유기적인 업무협조의 장으로도 활용되는 셈이다.

듀스를 거듭하는 열띤 시합을 마친 뒤 "이제는 과학기술입니다"를 힘차게
외치면서 일터로 향하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마음 든든함이 배어 난다.

김상선 < 과학기술부 공보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