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

최근 주식시장의 활황과 외환.금융시장의 회복세가 실제 경제흐름과 괴리된
거품이 아니냐는 논란이 무성하다.

거품의 분명한 정의나 객관적인 측정이 어려운 것이고 보면 그 여부를 단정
짓기는 힘든 일이다.

금융시장의 과열현상은 자산가격의 버블을 야기시켜 구조개혁 노력을 희석
시키거나 진정한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의 회복조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주식가격의 전통적 결정이론이나 균형시장가격 모델에 입각해서 볼 때
주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자율 변동이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지속돼온 주식시장의 강세는 상당한
정도 금리하락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국내 금리가 꾸준히 하향추세를 보이면서 기록적인 저금리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디플레 양상과 국내의 낮은 인플레로 금리의
하향안정 추세가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러한 저금리 상황이 자금공급의 확대에 따른 유동성 제고와 맞물려 자본
시장의 활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금리는 주가지수가 1,100을 상회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94년11월에 비해 절반 정도의 낮은 수준이다.

둘째 금융시장의 안정및 회복세의 근본적인 배경은 거시경제여건의 전반적인
개선과 실물경제의 조기회복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지표와 실물경제간의 시간적 괴리는 정상적인 여건하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의 경우 물론 오차는 있지만 주가변동은 실제경제흐름
을 약 6~9개월의 시차로 선행경기지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금융.기업구조조정의 가닥이 잡히면서 본격적인 경제회복이 멀지
않아 가시화 된다면 기업의 기대수익이 개선될 것이므로 이러한 시점에서의
주식투자증가는 합리적 투자결정에 근거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셋째 최근 증시활황은 단기투기성 해외자금,즉 핫머니의 유입이 주도하고
따라서 단타성 거품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헤지펀드와 같은 단기투기성 자금의 유출입이 확대되면서 국내자본시장
을 교란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내증시에 유입되는 해외자금의 투자유형을 살펴보면 국가경제의
펀더멘털이나 기업수지의 전망을 증시하는 중.장기자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히려 일반투자자 중심의 국내투자 패턴이 상대적으로 더 단기투기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국내 기관투자가의 건전한 육성을 통해 자본
시장의 체질강화를 추구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자금의 활발한 유입현상 자체는 국내경제여건의 향상과 대외
신인도 개선을 반영한 건전한 투자양상으로 보아야 한다.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선에
머무르고 있어 증시의 움직임을 해외자금이 주도하고 있다는 견해에 무리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넷째 지난 몇달 동안의 폭등세와 일부 투자자들의 뇌동매수와 같은 우려할
만한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싯가수준의 타당성을 평가할때 좀더
긴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촉발시기로 볼수 있는 태국 바트화의 평가절하 시점인
97년7월에 비해 현재 국내주가지수는 아직 20%를 밑도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달러화 기준으로 볼 때는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주가수익률(P/E ratio)측면에서도 현재의 주가수준을 버블상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98년말 기준으로 국내 종합주가수익률은 16을 밑돌고 있는데 미국 뉴욕
증시의 평균이 현재 30수준이고 일본 증시의 버블이 터지기 직전 50을 상회
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때 훨씬 낮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속성상 주가의 거품여부는 사전적으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본격적인 실천을 위해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현 시점에서 자칫 성급한 거품논쟁이 투자분위기를 위축
시킨다면 이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