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올라섰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간지 1년여만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영국의 피치IBCA가 국가신용등급을 BBB-(투자적격)
로 높임에 따라 무디스 등 다른 신용평가기관도 조만간 신용등급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는 든든한 원군을 얻게 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피치IBCA가 신용등급을 올림에 따라 환율과 금리가 안정돼
경제 전반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 해외차입이 쉬워진다 =신용도가 높아진 만큼 한국 금융기관이나 기업들
이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 여건이 나아지게 된다.

재정경제부 김용덕 국제금융국장은 "산업은행이 장기채를 발행해 외자를
조달할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차입에 따른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재경부는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해외 차입때 무는 가산금리가 지금보다
1.5~2%포인트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대외채권은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1천3백25억달러다.

2%포인트 가량 차입금리가 내린다면 연간 26억5천만달러를 아낄 수 있다.

기업들에도 희소식이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으로 해외에서 달러를 빌릴 때 무는 이자율이 연 9~10%
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를 유인하는 계기도 될 것같다.

증시를 통한 간접투자뿐만 아니라 고용효과까지 창출하는 직접투자가
기대된다.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합작투자도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따라 달러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면 환율도 자연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현재 1천1백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환율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환율의 지나친 하락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정부도 적절한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 실물 경제 회복에 가속도 =신용등급 향상은 국내금리의 하향안정세에
가속도를 붙이는 요인이다.

우선 외국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리면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회사채 발행
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쉬워진다.

이처럼 직접금융시장이 활성화되면 금융기관들도 간접 금융시장에서
대출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또 기업들이 해외에서 돈을 싼 값에 빌려 오는 것도 국내 금리 하향세를
더욱 빠르게 할 것이다.

금리가 연 5~6%대까지 떨어지면 기업들의 투자활기도 되살아날게 뻔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가 신용등급 상향은 원화가치를 밀어올리고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실물 경제의 회복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IMF탈출이 앞당겨진다 =피치IBCA가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으로
떨어뜨렸다가 다시 투자적격으로 올린 경우는 한국이 처음이다.

무디스의 경우 인도가 유일한 사례였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신용등급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최근 브라질의 금융위기로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투자적격국가로 상향조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

IMF 탈출이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피치IBCA는 한국의 구조개혁과 외환보유액의 급속한 회복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단기외채 비중이 줄어들고 최근 경기가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상향조정의 근거로 들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