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교대역에서 서초역 방향으로 가는 큰길.

고속버스터미널쪽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 깜박이를 틀면서 끝차로로
들어선다.

그러나 앞의 차량들은 직진을 하려는지 우회전을 하려는지 의사표시가 없다.

파란신호가 떨어지고 직진차량들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우회전을
할수 있게된다.

이 도로의 끝차로는 제법 넓기 때문에 직진하려는 차량이 좌측에 바짝 붙어
길을 내줬다면 우회전 차량들은 직진신호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우회전 차를 위해 그런 배려를 하는 직진 차들은 많지 않다.

직진과 우회전 공용차선이니 그럴 의무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진차에 막혀 시간을 낭비한 우회전 차들은 왠지 손해봤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강북강변도로 용산지점에서 동작대교에 이르는 길도 "끝차로의 양보"가 잘
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맨 왼쪽 차로는 동작대교로 가는 방향이고 나머지 4개차로는 잠실쪽으로
가는 직진차로다.

직진차량은 앞길이 밀리더라도 왼쪽 차로에는 들어서지 않는게 원칙이건만
"바쁜" 운전자는 왼쪽 차로로 잠깐 달렸다가 대교 입구에서 다시 오른쪽
차로로 끼어든다.

하지만 어차피 밀렸던 길이기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이 바람에 동작대교행 차들은 흐름이 막혀 시간손해를 보게 된다.

끝차로의 "예절"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지 않은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우회전차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는 직진 차량도 아마 남 때문에 우회전을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겪었으면서도 막상 양보의 기회가 왔을 때에는 잘 안하게 되는
운전습관.

한국의 운전자들은 매번 "보복"이냐, "나부터 양보"냐를 놓고 고민한다.

미국에서는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해 끝차로에는 일정구간부터 "TURN RIGHT
ONLY"라고 묶어 놓는다.

이 차로에 들어서면 일단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직진을 했다가는 감시 카메라의 플래시와 벌과금을 각오해야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우회전 전용"은 없다.

그 대신 끝차로는 다른 차로에 비해 조금 더 넓게 잡아주는 경우가 많다.

좁은 차로니까 직진과 우회전 차량이 서로 양보해가면서 달리라는 얘기다.

< 김화주 기자heew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