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및 금융기관 구조조정 성공여부가 앞으로의 국가 신용등급을
좌우할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중 하나인 피치IBCA의 아태지역 최고책임자 버나드
드 라트르씨는 20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이 지난
97년말 이전의 신용등급을 완전히 회복하는데는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했지만 예전의 AA
수준이 되려면 기업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결실을 얻을 때"라고 못박아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라트르씨와의 일문일답.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배경은.

"한국이 외환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가용외환보유고는 97년말 80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말 5백억달러로
크게 높아졌다.

단기외채비율도 지난 96년말 52%에서 지난해말 21%로 급감했다.

수출증가와 수출감소로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소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GDP(국내
총생산)의 10%인 3백억달러가 될 것이다.

외화부채의 상환요구가 올해 집중적으로 돌아와도 국제자본시장에서
조달해야할 자금수요도 적정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신용평가사의 동향과 외국투자자의 반응은.

"미국의 무디스나 S&P는 경쟁회사이므로 이들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겠다.

그러나 피치IBCA의 발표로 무디스나 S&P도 상향조정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국의 등급이 올라감으로써 투기등급 국가에 투자를 자제해 왔던 외국
투자자들중에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도 생겨날 것이다.

기존에 투자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경우는 투자규모 자체를 늘릴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계기로 어떤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보는가.

"현재 한국의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전체적인 재검토를 진행중이다.

가장 먼저 신용등급이 올라갈수 있는 기업은 산업은행 등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이 될 것이다.

공기업은 대체로 국가신용도와 같은 수준의 등급을 부여하는게 관례다.

그러나 기업들 스스로 신용도가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민간 기업및 금융부문의 경우는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어서 신용등급 조정
전망에 대해 현재로선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올해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수준에는 못미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적어도 3백억달러 정도는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따라 올 연말께는 순채권국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올해도 여전히 침체를 보이겠지만 지난해의 마이너스
6% 수준보다 개선될 것이다.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은 2000년부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까지의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와 구조조정 성공의 조건은.

"금융부문은 그런대로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업부문은 이제 시작단계다.

대기업이 아직까지 부채감축 노력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구조조정이 결실을 맺으려면 경영진의 태도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규모 위주가 아닌 수익성 위주로 경영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전문사업에 집중하는 경영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선 엄격한 회계기준과 감사제도가 확립돼야 하며 신용평가회사
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기업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에는 앞으로 2~3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한국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지원없이도 수익을 낼수 있는 구조를 먼저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부문이 강화돼야 한다.

부실대출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 자산을 운용할때 증권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점검해야 한다.

또한 합병으로 덩치가 커진만큼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감독의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CAMEL 방식은 적합
하다고 본다.

종합감시하는 시스템이 항시 가동돼야 할 것이다"

-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한국에 유례없는 외환위기가 닥친 것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다

수익성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자금차입,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 미숙, 건전성
관리감독 부재 등이 한데 어우려져 나온 결과다.

구조조정은 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은행이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은 시중자금을 일부 대기업에 몰아주는 그런 기관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결실을 맺는다면 제2의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