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대형병원 구청 등이 약자인 서민을 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는 보험금을 덜 주려고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피해자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보험 가입을 권유할 때 온갖 달콤한 말로 고객을 유혹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의료사고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목청을 높이는 "적반하장격" 병원도 있다.

구청과 동사무소 등도 "서민 울리기"면에선 뒤지지 않는다.

조직과 정보를 무기로 한 "기관"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서민들이 20일
본사에 억울함을 알려왔다.

-----------------------------------------------------------------------

[ 아들 교통사망 김모씨 ]

지난해 12월 11일 출장도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모씨(경기도
포천군 영북면)는 최근 법원에서 날아온 소송고지서를 받아들고 기가 막혔다.

사고 차량의 보험사였던 제일화재해상보험(대표 곽병화)이 김 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낸 것.

당시 김씨의 아들은 동료가 몰던 회사 차를 탔다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김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당장 변호사부터 선임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판 날짜에 법원을 출두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법률 지식이 부족한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부터 제기하는 제일화재측
의 업무처리 방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더구나 보험사측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파악한 사고경위만 갖고 소송을
낸 뒤 모든 것은 법정에서 따지라는 상식밖의 태도로 나오고 있다.

김씨는 보험 가입을 권유할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해놓고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일방적인 소송통보로 대신하는 행위를 납득할 수 없다
고 호소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 병원 입원 장모씨 ]


장모(69)씨는 지난해 12월 28일 강북삼성병원(원장 박정로)을 찾았다.

당시 장씨는 먼거리를 걸을 때 종아리에 통증을 느낄뿐 아주 정상적인
상태였다.

진단결과는 왼쪽다리 부분의 혈관 일부가 좁아진 동맥경화.

그러나 수술 과정에서 혈관내벽이 찢어지고 위쪽에서 떨어진 혈전 덩어리가
아래쪽의 좁은 혈관을 막아 피가 통하지 않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병원측은 모르핀과 함께 혈관확장제와 혈전용해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이틀 뒤 환자는 뇌에 이상이 생겨 헛소리를 하더니 혼수상태에
빠졌다.

환자는 현재 뇌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왼쪽 반신불수에 피가 안통하는
다리의 일부를 잘라야 하는 상태로 누워 있다.

하지만 장씨 가족을 분노케 만든 것은 강북삼성병원측의 뻔뻔함이었다.

병원은 "수술하다보면 혈관이 찢어질 수도 있다"며 "일주일 정도의 병원비는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정도도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마치 은전을 베푸는 듯한
자세로 나왔던 것이다.

이 병원에는 의사의 윤리나 책임의식은 없다.

다만 진료하고 돈을 받겠다는 천박한 장사꾼 근성만 있을 뿐이다.

병원측에서 보면 의료사고는 시술자의 책임이 아니고 환자의 팔자소관이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 안암동 조모씨 ]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조남희(58) 안수용(48)씨 부부는 올 겨울을 잘
넘길 수 있을지 도저히 자신이 없다.

아무리 무허가 주택이라지만 불난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북구청
(구청장 진영호)에서 일체 집 수리를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숙집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조씨 부부에게 화마가 덮친 것은 지난 95년
11월.

이 불로 무허가 주택 25평 중 10평이 소실됐다.

하지만 안암동 동사무소는 "무허가는 수리를 할수 없다"며 가로막고 나섰다.

비가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새고 겨울철 찬바람이 불면 방안으로 그대로
들이닥치는 집에서 생활을 한 지 3년.

견디다 못한 조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중순 집을 수리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성북구청은 철거반을 파견, "원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철거 당시 혼자 있던 노모는 그 충격으로 몸져 눕고 말았다.

지금 조씨 부부는 3년째 하숙생을 받지 못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몸져 누워 있는 노모의 약값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무허가 주택에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닙니까"

조씨 부부는 동사무소와 구청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