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4월중 5대 대기업그룹을 대상으로 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중에 있었던 두차례 내부거래조사에 이어
세번째인 이번 조사에서는 공정거래법개정에 따라 가능해진 공정위의 계좌
추적권(금융거래정보요구권)도 발동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는 작년 12월7일 정.재계간담회에서 합의된 구조조정을 점검하는
성격이 될것 같다. 이는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합의사항의 분기별 점검
방침"을 분명히하면서 1~3월중 점검후 4월 내부거래조사방침을 밝힌데서도
드러난다.

같은 그룹내 우량회사가 부실계열기업을 부당하게 지원, 결과적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해치고 산업효율을 떨어뜨리게 마련인 "부당내부
거래"를 척결하려는 공정거래위의 의지는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방침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갖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작년중 두차례에 걸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토대로 9백13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공정위 조치에 대해 5대그룹이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한둘이
아닌 것을 우선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조사를 벌이고 엄청난 과징금을 매기는 식의
행정이 경제상황에 비춰 꼭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차조사에서 처음으로 발동될 것이라는 "공정거래위의 계좌추적권"에
대해서도 논란이 없지않다. 지금까지 국세청 검찰 감사원이 예금계좌를
조사할 때도 특정금융기관의 특정점포에 자료제출을 요구(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4조2항)할 수 있었으나 지난 국회에서 여당단독으로
처리, 신설된 공정거래법 50조5항은 금융기관장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공정위에 지나칠 정도로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문제의 50조5항은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정키로 여야합의가 이뤄졌었는데 파행적인 국회상황
때문에 정무위안이 의장직권으로 본회의에 올려져 그대로 통과됐다. 어쨌든
국회를 통과한 법인 만큼 공정위가 그 권한을 활용하는 것은 잘못일게 없지만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중 잘못된 것은 재개정하라"는 대통령지시를
감안하더라도 문제는 없지않다.

구조조정합의의 실천을 공정위에서 매분기마다 점검해야할 사안이고 또
그와 관련, 내부자거래조사를 해야하는지도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한 것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은행과 해당기업간 합의 성격인 사안을 금감위가 아니라 공정위에서 점검
해야겠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행정에서 오버액션은 금물이다. 공정위는 전체 경제와 다른 경제부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를 법무부쪽이 아니라 경제부처로 둔 것도 경기
상황과 공정거래정책의 조화를 위해서라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