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

금년도 국정의 제1과제는 실업문제다.

그리고 금년도 실업대책의 핵심은 단순한 생계보호가 아니라 고용창출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마련한 99년 종합실업대책은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실업급증으로 인해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IMF체제 직전 97년10월의 실업자수가 45만명, 실업률 2.1%이던 것이 98년
말에는 실업자수가 1백70여만명, 실업률 8% 수준에 달해 불과 1년여만에
거의 4배로 증가했다.

대공황기를 제외하면 실업자수가 이처럼 폭증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실업자수가 얼마나 더 쏟아질지 예측조차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추진된 98년 실업대책은 한마디로 긴급대책적 성격이었고
생계유지형 대책 중심이었다.

이것은 지난해 초미의 국가과제인 구조조정을 사회통합을 유지하면서
성사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실업에 대한 사회적 인내수준(social tolerance
level)이 대단히 낮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IMF이전 10여년간 실업률 2%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실업
이라는 사회적 질병을 앓은 경험이 없고, 따라서 이에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실업급증이 노사갈등과 사회불안을 심화시키고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금년도 실업대책을 강구하는데 있어 정부는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실업자 규모이다.

금년 1월에는 실업자수가 1백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것은
지난해 1월에 비해 거의 2배에 해당한다.

그리고 금년 3~4월까지는 재벌빅딜, 공기업 구조조정, 신규학졸자의 구직
등으로 인해 실업자수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실업기간이 지난해보다 장기화돼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심화되고 노동능력의 상실도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투자는 아직 위축돼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에서
의 자생적인 고용창출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비록 한시적인 일자리지만 공공근로와 인턴사원제를 대폭
확대해 실업자 생계보호와 노동능력유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체질을 고용창출형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장기적 비전
이다.

우리 경제는 금년부터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인데, 경제운용기조에
따라서는 향후 80년대 유럽 국가와 같이 "고용창출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길로 나갈 수도 있고, 90년대의 미국과 같이 "고용창출 있는
성장"의 길로 나갈 수도 있다.

후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정부는 정보 통신 문화 관광 등 고부가가치형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창업을 지원해 성장과 고용창출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고용창출 정책을 통해 2002년까지 2백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듦으로써 실업률을 5% 수준으로 낮추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창출을 통한 실업극복과 활력있는 경제의 재건은 정부정책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노사정을 비롯한 각 경제주체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독일의 슈뢰더 정부가 추진하고 있듯이 우리도 제2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고용창출을 위한 연대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리하여 정부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노사도 고용창출을 위한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기업은 인력감축을 최후수단으로 생각하고 경영의 투명성제고, 조직혁신및
종업원 참여를 통한 새로운 활력획득 등을 통해 고용창출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근로자도 고용안정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및 정부와
적극적으로 연대.협력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제2노사정 대타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노사정 사이의 신뢰회복이다.

신뢰회복을 위해서 제1노사정 대타협의 합의사항이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

또한 노사정 사이의 협의와 협력기구인 노사정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제 노사정위원회가 노사정간 협의.협력기구로서의 위상을 회복해
대타협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