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작년 무역흑자 3백99억달러 달성의 여세를 몰아 올해 2백50억달러
의 무역흑자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이를 위해선 1천3백40억달러의 수출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와함께 1백50억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 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

그렇지만 나라밖 상황은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급변하고 있다.

원화가치 급등, 브라질 금융위기,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문제 등 수출
전선엔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무역/투자전략회의 참석차 귀국한 해외 주요 거점지역의 상무관과
무역관장들을 통해 현지 시장상황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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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박수훈 < 중국주재 상무관 >
윤수영 < 말레이시아주재 상무관 >
김칠두 < 영국주재 상무관 >
김두환 < 도쿄무역관장 >
김무영 < 러시아주재 상무관 >
전대천 < 브라질주재 상무관 >
강대철 < 뉴욕무역관장 >
이동우 < 한국경제신문 기자 / 사회 > ]

<> 이동우 기자 (사회)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현지 시각은
어떻습니까.

<> 강대철 관장 =한국과 거래가 많은 기업들은 물론 언론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겪은 동남아의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유력 언론에서 한국의 경제회복을
극찬하면서 올해도 한국이 가장 투자전망이 밝은 시장이 될 것이란 기사를
실었지요.

해외 현지에서 접촉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박수훈 상무관 =중국은 60~70년대의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을 상당부분
자국 경제발전에 원용해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합니다.

따라서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가게된 이유에서부터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 노력에 이르기까지 중국정부 고위관료나 연구기관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 보고 있지요.

중국쪽 시각은 대개 한국은 중남미나 다른 아시아 금융위기 국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조만간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진단합니다.

그 이유로 최근 급증한 외환보유고, 견실한 경제 인프라와 함께 금모으기
운동 같은 한국국민의 단결과 대통령의 지도능력 등을 꼽고 있습니다.

<> 사회 =한국의 수출확대 전략이 필연적으로 통상마찰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는데.

<> 김칠두 상무관 =영국의 경우에는 한국이 지난해 양국간 교역사상 최대
규모인 2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영국 정부로선 자유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 이같은 무역불균형에
큰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업종별로 보면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반도체 철강 등에서 통상마찰
을 제기할 소지는 있습니다.

<> 박수훈 상무관 =중국도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많이 보고 있어
미국산 옥수수 대신 중국산을 사라고 요청하는 등 교역균형에 대해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중국산 옥수수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수출확대 전략이 중국과 심각한 통상마찰을 야기할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 사회 =얘기가 나온김에 중국의 위엔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금융권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 박수훈 상무관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 등을 봐선 위엔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낮다는게 현지 분위기입니다.

위엔화를 평가절하해서 얻는 이익보다는 수입원부재가격 상승과 외채상환
부담가중이 커지기 때문이죠.

홍콩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는게 중국의
입장이죠.

그러나 내수진작과 수출이 모두 안되면 극단적으로 갈 수는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경우에 대비, 나름대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합니다.

<> 윤수영 상무관 =통상마찰하면 한국은 으례 미국 유럽을 떠올리는데 실은
교역량으로 보나 동남아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동남아의 천연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특히 해외건설의 경우
80년대이후 중동시장이 동남아시장으로 대체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우리 정부나 기업들의 이 지역에 대한 실질적이든
정서적이든 배려가 너무 희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 않은데 이는
통상마찰을 증폭시킬 잠재요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 사회 =외환위기이전엔 동남아시장이 한국수출의 돌파구였는데 이 지역
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보십니까.

<> 윤수영 상무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고 그동안 적극적인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여 제조업기반도
생각보다 탄탄합니다.

다만 3차 서비스산업인 유통 건설 등이 취약합니다.

경제위기이후 호텔의 객실률과 오피스텔 공실률이 절반인 것만 보고 이
지역경제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동남아를 성장률이나 수출증가률 등으로 파악하는 것은 단견입니다.

잠재력측면을 보면 경제회복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 사회 =대기업 "빅딜"이다 구조조정이다 밖에서 보면 혼란스럽게 느낄
수도 있는데다 특히 올들어 원화가 절상되고 있습니다.

이로인한 수출애로는 없는지, 특히 현지 장기 고정거래선의 반응이 궁금
합니다.

<> 김칠두 상무관 =한국산업이 일부 과잉투자된 측면도 있지만 세계시장을
놓고 볼 때 당장 한국을 대체할 만한 공급능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대부분의 수출주력상품이 그렇습니다.

한국 수출상품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최상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동남아나 중국이 바로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IMF 관리체제에 접어들면서 해외거래선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해외장거래선일수록 한국의 저력을 밑는 것 같습니다.

<> 강대철 관장 =미국 현지 바이어들은 한국산 수출품의 달러가격이
올랐지만 가격을 인상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대미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현지 지.상사들은 수출적정환율을 달러당 1천3백원대로 보고 있습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일반기계 전자부품 등의 수출은 작년보다 늘어나겠지만
중국 등 후발개도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제품 철강제품
등의 경우 증가폭이 둔화되거나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 사회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현지 대우전자
직원들이 공항에서 삼성자동차와의 사업교환으로 공장이 폐쇄될까봐 피켓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 역시 교역상대국과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할수 있는데.

<> 김칠두 상무관 =영국에선 삼성전자가 영국 웨일즈에 반도체 투자실행을
유보하는 바람에 한국의 반도체 빅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바로 자국의 일자리 만들기와 직결된 문제여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도 기업인수합병이 빈번해 이같은 빅딜 자체는 당연시하고
있지요.

다만 한국기업의 투자가 계속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 김무영 상무관 =러시아의 경우 97년말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의
러시아투자가 상당히 위축됐습니다.

매년 30~40%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던 양국간 교역규모도 작년에는 전년보다
33.2%나 줄었습니다.

두 나라의 외환부족을 고려해 외환을 직접 개입시키지 않는 구상무역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 사회 =브라질 경제위기는 한국증시에는 바로 파장을 미쳤는데 세계무역
이나 우리수출에 어떤 여파를 미칠 것 같습니까.

<> 전대천 상무관 =브라질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이후 급격한 외화
유출로 작년말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4백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브라질은 자기네보다 1년 먼저 IMF 금융지원을 받은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을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자사기 사건에 휘말린 아시아자동차를 제외하곤 우리기업들의 약속된
투자가 유보된 건은 없지요.

LG전자의 PC모니터 공장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배나 늘었습니다.

최근의 브라질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나 교역에는 아직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 사회 =수출과 함께 경제위기극복의 "투톱"의 하나인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제도개선은 많이 됐는데 외국인들이 더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 김두환 관장 =미국 영국 독일 등과 더불어 해외투자를 주도하는 이웃
일본의 직접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입니다.

일본기업은 80년대 들어 주로 노사분규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작년부터는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대만과 저울질해
보고 나서도 한국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해외투자는 50~1백년 보고 투자하는 건전한 우량자본입니다.

최근들어 일본기업들은 중국투자에서 많이 손해를 봤다고 후회하기 때문에
한국이 분위기조성만 잘해놓으면 상당한 반사이익을 볼수있을 것입니다.

<> 사회 =누군가 다국적기업은 마치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투자가 유리한
나라를 좇아 이리저리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확고한 외자유치환경을 조성하려면.

<> 김칠두 상무관 =외자유치의 성공요건은 시장성 원료공급환경 물류조건
등 3가지를 얼마나 유리하게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강대철 관장 =일반국민들부터 외국인기업에 대한 배타적인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작년말부터 외자가 한국에 몰리는 것은 투자촉진법의 개선과 투자보장협정
타결임박 같은 제도개선의 덕분인데 장기적으론 제도만으론 안됩니다.

<> 김두환 관장 =얼마전 미쓰비시 회사 사람을 만났더니 "무역이 데이트
라면 직접투자는 결혼"이라고 비유하더군요.

직접투자유치는 비경제적인 요인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일본
문화개방 같은 조치는 바람직합니다.

제도개선과 함께 국민정서와 관습등이 시급히 세계화돼야 합니다.

한국에 주재하는 상당수 일본회사원들이 오지수당을 받습니다.

그만큼 한국생활이 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것이죠.

자동차보급률이 세계최고인 일본이지만 일본인치고 한국에서 자동차 운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 사회 =현지에서 성공적인 시장개척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 박수훈 상무관 =한국의 초코파이는 중국진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93년부터 북경사무소를 개설해 제품수출을 하면서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별도의 제조기업을 개발함으로써 "한국을 모르는 학생은 있어도 초코파이를
모르는 학생은 없다"고 할 만큼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중국을 막연히 12억 인구의
값싼 노동력, 급성장하는 시장구매력, 기술이 부족한 후진국으로만 생각
합니다.

중고시설이나 중간정도 품질 등 손쉬운 방법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하다고
오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중국시장은 세계유수의 다국적 기업들과 유명 브랜드의 시장쟁탈
각축장입니다.

충분한 사전정보와 준비없이는 개척하기 힘든 시장입니다.

< 정리=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