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로커스(대표 김형순)가 자본금 1천만원으로 창업한지 8년만에
기업가치를 6백억원으로 키우는 신화를 일궈냈다.

이 회사는 영국 플레밍그룹의 자회사인 자딘플레밍일렉트라(JF Electra)에
지분 34%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1천6백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키로 하고 2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조인식을 가졌다.

로커스의 주식을 액면가의 26배인 주당 13만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를 전체 주식가치로 환산하면 6백억원.

국내 벤처기업이 외자유치를 한 예는 몇차례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동종업체간의 전략적인 제휴에 의한 것이다.

외국의 투자기관이 한국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인정, 순수 지분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로커스 투자를 놓고 일렉트라, 미국계 W사 및 P금융사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순 사장은 이날 조인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치자금을 연구개발 및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 투입하고 부채비율을 58.5%로 떨어뜨려 초우량 SI
(시스템통합)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콜센터와 VMS(음성사서함시스템) 등으로 국내 CTI(컴퓨터
전화통합)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지난 94년 자체 정보통신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매출액 대비 10%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면서 기술력을 축적한 결과다.

김 사장은 지난 90년 창업이후 고객감동 경영을 실천, 단기간에 통신사업자
금융기관 대기업 공공기관 등 굵직한 고객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매출은 지난 95년 30억원, 96년 60억원, 97년 2백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백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8백억원.

이같은 노력을 평가받아 김 사장은 지난 97년 한국경제신문사와 KTB가
공동주관하는 벤처기업상(한국경제신문사장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작지만 강한 기업 50개"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사장의 벤처기업 꿈은 미국에서 싹텄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재학중 영화의 매력에 빠져 미국으로 간 그는 현지
에서 전공을 바꿔 경제학(뉴욕주립대)을 공부했다.

MIT에서 MBA 과정을 마친후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을 밟던 김 사장은 89년
뉴욕 맨해튼에 10평짜리 허름한 회사를 차렸다.

당시 미국에서 CTI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었고 주변에서 이스라엘 젊은이들
이 음성사서함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한 것.

대학 동창 한명과 함께 설립한 이 회사가 로커스의 전신이다.

현재는 로커스의 미국 현지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법인은 연간 5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시장의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한 김 사장은 현지법인을 동창에게
맡기고 귀국했다.

90년 7월 홍익대 근처에 4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어 이 사업을 본격 시작
했다.

창업에 참여한 직원은 4명.

이제는 2백여명으로 불어났다.

로커스는 이번 일렉트라의 투자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지능형 대용량
음성메시징시스템(LIPS)의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한국의 벤처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영역이 사설 전화망에서 공중망 시장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이번 외자를
유치함으로써 로커스는 선진형 벤처기업으로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게된
셈이다.

내년 국내 증시에 직상장하고 2001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다.

< 문병환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