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강경식 전부총리에게 특위가 할애한 질의 시간은 모두 3백55분에
달해 환란당시 그의 역할과 비중을 실감케했다.

강 전부총리도 이를 각오한 듯 A4용지 20여쪽 분량의 답변 준비자료를
마련해오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장재식 위원장은 청문회 시작전 "경제정책은 축구게임처럼 골득실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며 "그러나 얄팍한 경제지식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는 국민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자 강 전부총리는 신상발언을 통해 "설사 본인의 답변이 변명같이
보일지라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미리 "보호막"을 치기도
했다.

<>.새로 특위에 들어온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과 강 전부총리는 예상
대로 불꽃튀는 대결을 벌였다.

우선 두 사람은 경제위기론에 대한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강 전부총리는 경제위기가 갑작스럽게 닥쳐온 "날벼락론"을 주장한 반면
김 의장은 "외환위기에다 기업부도로 금융위기가 겹친 "쌍둥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강 전부총리는 답변에서 해박한 경제이론을 들어가며 "당시 IMF구제금융까지
받을 정도로 외환위기가 닥칠지 예측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 "집중호우 대비론"으로 이를 반박했다.

김 의장은 "강 전부총리는 곧 집중호우가 와 둑이 터질 것이라는 예보에
대처하기 위해 들어선 위기경제관리팀의 책임자였다"며 "대비책을 충분히
강구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회의 정세균 의원과 강 전부총리는 이날 신한국당의 "환란 책임론"을
둘러싸고 열띤 논전을 벌였다.

정 의원은 신문시작 직후 "문민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느냐 성공했느냐"고
물어 "실패했다"는 대답을 유도한 뒤 곧바로 구 여당인 신한국당의 "환란책임
론"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경제정책의 실패는 관료만의 책임이냐, 아니면 정권이나 정당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냐"며 "구여당 책임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전부총리는 "나는 정책실패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민주주의에
서 정당의 책임은 투표로 심판받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또 "나를 포함해 책임이 전혀 없다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며 "당시 집권당의 책임론을 거론하면 야당도 책임있는 것"이라고 국민회의를
겨냥했다.

<>.특위위원들은 이날 강 전부총리가 환란 직전 모 신문사 주최로 지방순회
강연에 나선 것도 질책했다.

김원길 의원은 "경제가 위급한 상황에서 30개 도시를 돌면서 홍보전을
계획한 것은 위기를 너무 낙관한 것 아닌가"라며 "이는 시기상으로 대선
운동을 측면지원한 의도가 있다"고 공격했다.

정세균 의원도 "환란이 깊어가고 어두운 그림자가 시시각각 드리우고 있던
10월9일부터 지방을 돌면서 우리경제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강연한 것은
적절했느냐"고 추궁했다.

강 전부총리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순회강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돈을 빌려주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문제없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답했다.

<>.민주개혁국민연합 정치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등 시민단체들은 26일 경제
청문회 첫날 증인신문이 사안에 대한 평면적 접근과 중복질문 등으로 청문회
의 고질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합은 일일평가서를 통해 "경제위기의 원인등에 대한 의원들의 사전
지식이 부족해 준비된 것과 다른 답변이 나올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회의 의원 일부가 임창열 전부총리를 내놓고 두둔, 환란위기
규명의지를 의심케 했다고 꼬집었다.

시민연대는 일부의원들의 경우 구체적 자료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갑작스레 호통을 쳐 어리둥절케 했다고 꼬집었다.

< 한은구 기자 tohan@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