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에 팔릴 예정이거나 외국계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국내은행
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주채권은행을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64대 계열에 속하는 대기업 그룹도 주채권은행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6일 "64대 계열에 속하는 일부 대기업들이 주채권
은행을 바꿀 의향을 갖고 필요한 절차를 문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제일 서울 외환은행 등과 거래하는 대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들은 해외매각이나 지분참여로 은행경영에 외국인이 참여하게
되면 여신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주채권은행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받기보다는 기존 여신이
줄어들지 않길 원한다고 전했다.

은행여신관리업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기업은 기존 주채권은행의 동의를
얻어 주채권은행을 변경할 수 있게돼 있다.

새로운 주채권은행은 이 내용을 금융감독원장에 보고한다.

또 계열그룹군은 주기업체의 주채권은행을 교체하면 그룹 전체의 주채권은행
이 바뀐다.

외국인이 경영에 참여할 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삼고 있는 기업을 보면
<>제일은행의 경우 대우 SK 동국무역 아시아시멘트 신호 <>서울은행의 경우
동국제강 동부 동아건설 우방 진도 <>외환은행은 현대 신원 삼환기업 등이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탐색단계에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거래은행
바꾸기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부채비율 1백50%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의류업체인 K기업은 최근 한빛은행과
거래하겠다며 대출을 신청했다.

은행관계자는 "K기업은 대출받은 자금으로 기존 거래은행 빚을 갚을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우량거래선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은 기업의 신청이 없더라도 대출한도를 책정, 대출세일즈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래업체의 이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외자유치로 인해 금융서비스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성태 기자 ste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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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주채권은행 : 은행총여신(대출+지급보증)이 2천5백억원이상인 기업체에
대해 종합적인 여신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을 말한다.

주채권은행은 여신규모 등을 감안해 거래은행간의 협의를 통해 선정된다.

계열기업 전체의 주채권은행은 원칙적으로 주력 기업체의 주채권은행이
담당토록 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전적인 정의와 달리 통상적으론 여신최다은행을 주채권은행
으로 부르고 있다.

과거엔 주거래은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

주채권은행은 기업과 종합적인 자금수급계획을 협의하며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도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