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JP모건그룹과 5억3백만달러가 걸린 소송을 하고 있는 SK증권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미국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냈다.

미국 뉴욕주 남부연방법원의 뮤케이지판사는 25일(현지시간) JP모건이
SK증권 등을 상대로 낸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의신청이란 소송당사자가 재판절차 등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내는
것이다.

JP모건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JP모건에 사기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법원은 심문을 하거나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을 냈었다

JP모건은 이번 사건이 "계약서를 해석하는 문제"일 뿐이므로 재판부가 한국
금융기관의 "사기"주장을 재판 쟁점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신청한 것이다.

만약 이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면 한국 금융기관들은 앞으로의 공판에서
그동안 해왔던 "사기거래" 주장을 할 수 없게될 상황이었다.

뮤케이지 판사의 이번 판결은 또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
보고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서면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사기행위가 있었거나 JP모건이
미국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면 JP모건측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금융기관측의 한 변호사는 이와관련, "뉴욕 법정에서는 그동안 한국측의
사기계약이라는 주장과 JP모건측의 계약불이행이라는 논리가 치열하게 대립해
왔다"며 "재판부는 한국측 주장도 일리가 있으며 이에대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금융기관과 JP모건 간의 소송은 아직 본공판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전준비절차만을 밟고 있다.

현재 양측 변호인들과 판사만 참석한 가운데 각종 증언과 증거를 수집하고
있으며 배심원까지 참석하는 본공판은 빠르면 오는 6월께 시작될 전망이다.

한편 뮤케이지 판사는 이날 보람은행(현 하나은행)이 "이 소송을 한국 법정
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낸 또 하나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