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식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GEPCODE5@hitel.net >

며칠전 우연히 작년말에 개봉되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 영화의 감독이
인터뷰하는 방송을 들었다.

그 영화감독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는 젊은 여성이었고 뿐만 아니라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제목이 주는 각별한 느낌으로 인하여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미술관은 견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그저 바라볼
수만 있을뿐 다가 가기에는 쉽지 않는 곳으로, 그리고 동물원은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분비물 냄새, 사람들의 번잡한 소리로 가득 차 있는 곳으로
되어 있다.

이 영화속에서 미술관은 "춘희"라는 여자주인공을, 동물원은 남자주인공인
"철수"를 담는 관념상의 공간이다.

미술관 옆에 동물원이 있는 것처럼 성격과 삶의 방식이 상반된 그들은 항시
티격태격하지만 아주 서서히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을 닮아가면 변
화와 사랑이 찾아든다.

언뜻 느끼기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공간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공간설정과 사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기자신을 주장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받아들임으로써 사랑을
가꾸어 가는 스토리가 조금은 엉똥한 여운을 던져 주었다.

바야흐로 지금은 개방화, 세계화의 시대이며 변혁의 시대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과 만나야 하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런 현실속에서는 서로 생각이 틀리고 또 각자의 가치관이 다른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서로 이해해야 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상이한 문화를 가진 민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하물며 같은 민족이야!

이제 과거의 못난 모습과 낡은 사고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좀더 넓은
가슴으로 새롭게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지역간 화합과 통일을 이루어 더욱
풍요로운 삶을 가꾸어 나가야 하겠다.

영화처럼 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