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재촉하지 않는 완만한 오르막길.
뺨에 붙는 바람과 귀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번잡함을 피해 찾아온 길손의
동행이 돼준다.
길옆 노송에 눈꽃이라도 피면 동양화속 절경이 부럽지 않을 듯 싶다.
문경새재(조령).
지형이 험준해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젠 산책로라고 불러도 좋은 만큼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조선시대엔 동래와 한양을 연결하는 ''영남대로''의 중추역할도 했다지만
요즘은 산행에 나선 여행객들의 발길만 한가롭다.
새재는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는 영남지방의 북쪽 경계다.
좌우엔 조령산(해발 1,017m)과 주흘산(1,106m)이 우뚝서 있다.
주변엔 혜국사, 마당바위, 용추(팔왕)폭포, 여궁폭포등 명승 사적지가
즐비하다.
옛 영남유생들이 과거보러 가던 길을 따라 문경에서 수안보방향으로
고개길을 걷다보면 주흘관(제1관문), 조곡관(제2관문), 조령관(제3관문)
세개의 관문을 차례로 만난다.
1관문에서 2관문까지는 3.1km, 2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3.5km.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3시간30분정도면 한고개를 넘을 수 있다.
1관문과 2관문사이엔 눈길을 끄는 유적과 비석들이 남아있다.
1관문을 지나 1.2km 정도를 걸어가면 돌담을 사각으로 두른 조령원터에
다다른다.
"원"이란 고려와 조선시대 관리나 나그네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곳.
지금은 돌담과 터만 남아 당시의 규모를 짐작케 할뿐이다.
몇걸음 더 오르면 길손들이 한잔 술에 여독을 풀던 주막이 나타난다.
몇년전엔 간단한 먹거리를 팔았다는데 지금은 빈 마루와 평상만이 객을
맞는다.
2관문에서 3관문으로 올라가는 길은 좀 더 고즈넉한 분위기다.
고개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다소 급해지지만 넓은 길폭 때문인지
별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3관문 근처엔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일수 있는 약수터가 있다.
호랑이의 전설을 간직한 산신각도 들러 볼 만하다.
3관문인 조령관을 지나면 곧바로 충청도 괴산땅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걸으면 조령산 자연휴양림에 다다르고 고사리마을을
지나면 수안보로 이어지는 국도와 만난다.
고사리마을에서 수안보 온천까지는 차로 10분정도 거리.
무념무상에 젖어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산행길에 쌓인 피로가 말끔하게
풀어진다.
서울에서 당일코스로도 다녀올수 있다.
<>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음성IC로 빠져 나오면 518번
지방도로로 이어진다.
30분 달리면 충주, 수안보, 이화령, 문경으로 뻗어있는 3번국도와 만난다.
예전엔 이화령을 꼬불꼬불 넘어야 했으나 두달전쯤 터널이 뚫려 30분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소형차 1천원, 버스 1천2백원의 터널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40분간격으로 운행하는 점촌행 버스를
이용, 문경에서 하차한다.
문경에서 제1관문까지는 하루 14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문경=박성완 기자 psw@ >
[[ 여행메모 ]]
* 숙박.별미집 =제1관문옆에 있는 새재산장(0581-571-5600)과 새재모텔
(0581-571-1818), 3관문쪽에 있는 산장식 가족호텔 산그림(0445-833-8814)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산그림은 제1관문과 수안보까지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제1관문 옆 새재할매집(0581-571-5600)은 염소사골탕과 흑염소 불고기
(1인분 1만원)로 유명한 식당이다.
소문난 식당(0581-571-5831)의 묵조밥과 수안보 쉼터가든(0441-845-8880)의
올갱이 해장국도 이지역 별미로 꼽힌다.
* 온천 =근처 온천으론 수안보온천과 문경온천이 있다.
수안보온천은 라듐천으로 충주시에서 각 숙박업소에 중앙 급수식으로
온천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원탕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와이키키 수안보관광호텔(0441-846-3333)에는 각종 놀이기구 등 레저시설도
마련돼 있다.
문경쪽에는 문경시청이 운영하는 문경온천(0581-572-3333)이 있다.
칼슘.중탄산온천으로 철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물이 황토빛이다.
요금은 평일 4천원, 주말 4천5백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