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에 거품이 끼었다"

최근 각종 경기지표들이 눈에 띄게 호전된 데는 거품이 존재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이를 보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속단해선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거품 경계론"은 실물경기 회복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8일 경기동향 보고서를 통해 "작년 12월중 산업생산이
4.7%나 증가한 것은 그동안 재고가 줄어든데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과대 포장된 결과"라며 밝혔다.

이 연구원은 "산업생산은 크게 늘었지만 기업매출을 반영하는 출하는 0.3%
증가하는데 그친 것이 그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출하는 6.8% 감소해 아직 많은
업종이 침체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회복론 =지난달 생산 소비 투자 등 경기지표들을 보면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게 정부측 판단이다.

"연중 가장 높은 생산증가와 제조업 가동률, 1년여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도매판매와 국내기계수주" 등이 그렇다.

물론 생산이 4.7%나 크게 증가한 것은 비교시점인 전년 12월이 IMF
(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로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극도로 위축됐던 때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워낙 전년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등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생산이 작년 10월 8.3% 감소했던 데서 11월 1.4%로 증가했고
이어 4.7%로 늘어난 것은 전체적인 추세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게 정부의 지적이다.

특히 기업들의 재고가 바닥에 도달하면서 제조업가동률이 70% 이상으로
회복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선 경기가 이미 바닥을 지나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

<> 지표 거품론 =경기지표만 단순히 보고 회복을 낙관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근거는 이렇다.

우선 생산이나 소비증가가 일부 업종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산의 경우 반도체가 65.3%나 증가해 전체 생산증가율을 크게 높여
놓았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산업생산은 7.4% 감소한 것이다.

특히 기계장비(-20.6%) 비금속광물(-19.5%) 의복 및 모피(-29.1%) 등
아직도 많은 업종들은 큰 폭의 생산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도 그렇다.

대형승용차(56.4%) 가스보일러(53.2%) 등 고소득층의 소비품목은 출하가
늘었지만 중형이하 승용차(-33.9%) 남녀기성복(-25.8%) 등 일반 소비품목들
은 출하가 줄었다.

이는 일부 계층을 제외한 전체적인 소비심리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국내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이 각각 47.5%와 61.6%나 감소한 것 등은
여전히 경기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 차병석 기자 chabs@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