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우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 이어 현대-LG간 반도체 통합 협상도
결국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

LG반도체가 종업원들의 집단행동에 들어가 회사 자체적으로 통합에 따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보장" 문제를 둘러싼 현대와 LG간 입장차가 워낙 커 협상전망
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가 이미 중재에 들어간 삼성자동차-대우전자간 빅딜도 마찬가지.

정부가 "선 가동 후 정산"을 종용하고 있으나 대우는 인수예정가 등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현대-LG반도체 통합 =LG반도체는 현대전자와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 합병문제를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28일 밝혔다.

구본준 LG반도체 사장은 전날 청주 상공회의소에서 자민련 주최로 열린
"충북경제 활성화를 위한 긴급대책회의"에서 정부 관계부처와 현대전자
LG반도체 관계자로 구성된 "반도체 빅딜 조기타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건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안영수 노동부차관, 오광현 산자부 차관보, 윤원배 금감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LG반도체는 협의체 구성 외에 종업원들의 고용이 일정기간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사주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합병시 우리사주를 특별인출할 수 있는 규정
마련도 건의했다.

LG는 이와함께 종업원들에 대해서도 구본준 사장과 강유식 구조조정본부
사장이 나서 "회사의 발전에 헌신적이었던 부문에 대해 가능한한 빨리
법으로 허용된 범위내에서 최대한 보상하겠다"며 조속한 업무복귀를 촉구
했다.

LG반도체는 종업원들의 조업거부로 현재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LG반도체 청주공장과 구미공장 종업원 7천여명은 이날 여의도 한강 둔치에
모여 ''LG반도체 사수 및 생존권 확보 결의대회''를 가졌다.

LG의 이같은 요청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협상 당사자인 현대전자도 "협의체 구성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빠르면 금주말이나 다음주초 3자간 접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는 그러나 이날 LG반도체 직원들의 대규모 집회와 관련, "고용보장에
대해 기간과 조건을 문서로 명시하는 것은 현대전자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일
뿐 아니라 외자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대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계속되는 한 1백% 고용승계된 인력이 감원될
이유가 없다"며 "인위적인 고용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특히 양사의 생산제품과 시설이 달라 LG반도체의 현 인력을 절대적
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으며 지난 95년 미국 심비오스사를 인수했을 때도
전원 고용승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맞교환 =김태구 대우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28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수예정가액 부채처리방안 부품협력
업체문제 SM5 지속생산여부 등 4개항에 합의해야 삼성차를 인수할 수 있다"
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선 인수 후 정산은 무조건 계약을 맺고 공장을 먼저 가동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계약을 맺고 예상치 못했던 부분을
추후 정산하는 것"이라는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대우는 삼성자동차의 재무 및 경영자료를 요청한 만큼 이를 전달받는 대로
7~10일내 현금흐름할인(DCF)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해 인수기본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삼성도 비슷한 방식으로 안을 만들면 이 안을 바탕으로 가격
등에 대한 협상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SM5 지속생산에 따른 대우의 손실분담 논의에 대해 김 사장은 "손실을
보전해 줄테니 대우가 무조건 가동에 들어가라는 요구는 잘못된 것"이라며
계약조건에 합의하면 손실문제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
했다.

그는 "지역경제사정 등을 감안해 SM5지속생산이 필요하다면 대우에 부담이
되지 않는 조건을 마련해 양측이 합의하면 된다"며 삼성이 적극 협상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삼성은 이와관련, 다음주초 삼성자동차 경영자료를 대우에 넘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자동차 이외에 삼성상용차와 삼성전기 자동차부품사업부문의 일괄인수
문제에 대해 김 사장은 "우리는 삼성자동차만 인수할 계획"이라며 상용차
부문과 부품사업부문은 인수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산업자원부가 중재안을 내기로 한 것과 관련해 김 사장은 "정부가 자료를
요청하면 성실히 응하겠지만 그 방법이 효율적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대우측이 삼성자동차의 경영자료를 요청한데 대해 현재 자료를
준비중이며 빠르면 다음주초 대우측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경영자료에는 재무상황 사업현황 사업전망
등 대우측이 희망하는 사항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가 이 자료를 검토한 후 인수가격, 부채처리 방안, 손실처리,
협력업체 문제 등을 담은 인수안을 내는 시점에 삼성 역시 자체안을 제시할
것이기 때문에 두 그룹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우와 삼성은 빅딜실사를 위해 전문 평가기관인 DTT와 조만간 평가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LG반도체 직원들의 요구사항과 LG, 현대의 입장 ]

<> 종업원 요구사항 : 30% 명예퇴직, 70%는 5~7년 고용보장
LG반도체 입장 : 고용은 현대가 풀어야 할 문제
현대전자 입장 : 고용보장원칙 약속기한은 정할 수 없음

<> 종업원 요구사항 : 합병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위로금 60개월분 임금
LG반도체 입장 : 사회통념을 감안, 적정액 지급을 검토
현대전자 입장 : LG 내부문제로 LG가 해결해야 함

<> 종업원 요구사항 : 우리사주 매매허용
LG반도체 입장 : 정부에 건의, 해결하겠음
현대전자 입장 : 법적으로 불가능함

<> 종업원 요구사항 : 명예퇴직 위로금 평균 2년분 임금
LG반도체 입장 : 적정액 지급 검토
현대전자 입장 : LG가 자체 해결해야 함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