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금침냉 복견창호명
야심지설중 시문저절죽성

이불 베개 차가워 이상타 하였더니/창문이 또 환히 밝구나/이 한밤 눈 많이
내렸나부다/이따금 들리는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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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백거이가 엮은 밤눈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겨울 밤 몸에 스미는 냉기가 창문에 비치는 반사광은 눈이 내렸기 때문인데
시인은 시각을 통해 그 눈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이따금 들려오는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로 눈이 많이 쌓였음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다.

체감과 시각 청각이 단계적으로 하나의 사실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
있다.

당 맹호연이 봄날 새벽에서 "밤 사이 비바람 몰아치던데 꽃잎 꽤나 떨어졌
겠다"라고 표현한 것과 좋은 대비가 된다.

눈은 포근하게 이 세상을 감싸 주어서 좋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