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여전히 하강
국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경기에 대한 논란은 항상 있게 마련이지만
특히 침체국면이 장기간 계속된 시점에서는 경기에 대한 시각차가 두드러지는
게 보통이다.

작년 12월중 실물동향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것은 그런 점에서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규성 재경부장관은 "경기회복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작년 4분기에 이미 저점을 지났거나 올 1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초 2분기이후로 내다봤던 저점 통과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재경부나 한은의 시각은 작년 12월중 실물경제지표들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는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97년12월보다 4.7% 늘어 작년중 최고수준인 산업
생산, 98년중 처음인 출하증가(0.3%)및 국내기계수주증가(0.8%), 3개월만의
제조업가동률 70%대 진입, 종합적인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향종합지수
순환변동치의 연 4개월째 상승세 등이 통계청이 발표한 내용의 주요골자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청발표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은 아직 경기회복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이다. 산업생산이 4.7%나 늘어난 것은 65.3%나
늘어난 반도체생산에 따른 것으로 이를 제외한다면 7.4% 감소라는 지적이다.
기계장비 등 많은 업종이 여전히 97년12월 수준을 밑돌고 있고 건축허가면적
(61.6% 감소)등도 바닥권을 벗어났다는 징후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작년 12월 생산 출하 등의 97년12월대비 증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97년12월은 IMF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첫 달이기 때문에 98년12월의 산업활동동향은 통계적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게 돼있다는 점을 우선 감안해야 한다. 산업생산
증가율 등이 전달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해서 그것이 경기회복을 의미한다고
단정짓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소비심리가 풀리고 그래서 경기가 되살아나려면 통계경기에 못지않게 체감
경기가 중요한데 그것이 나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이후에도 그 회복속도는 지극히 완만해 경기곡선이
L자형을 그릴 것이란게 지배적인 분석이고 보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경기저점이 언제냐를 따지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저점을 지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고
저성장 고실업시대가 상당기간 지속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면 경기정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속적인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12월중 산업
활동관련 통계의 의미를 확대해석해 경기부양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절대로
금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