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수유역 부근에서 김영란 산후조리원(02-999-5471)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란(57)원장이 처음 산후조리원을 접한 것은 지난 90년 일본 출장
중의 일이었다.
당시 삼성 제일병원 분만실 과장으로 일하던 김씨가 선진국의 의료시설을
둘러보던중 오사카에 있는 한 산후조리원을 방문하게된 것.
평소에 출산직후의 산모와 신생아가 함께 입원해서 전문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산후조리를 하는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김씨는 "바로
이거야"라고 무릎을 쳤다고.
그러나 창업의 꿈은 정년퇴직때까지 미뤄둬야했다.
지난해 6월 퇴직후 맨처음 한 일은 간호협회에서 주관한 창업교육에 참가한
것이었다.
여러해 동안 준비한 일이어서 점포를 구하고 시설을 갖추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창업비용은 모두 1억2천만원정도 들었다.
"지금까지 제가 겪은 모든 경험과 지식을 다해 봉사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간판에 제이름을 걸었던거죠."
마침내 지난해 11월 개원을 했다.
바로 그날 앳된 얼굴을 한 신세대 부부가 예쁜아이를 안고 들어왔다.
그리고 1주일후에는 모든 방이 아이들의 함박웃음으로 가득찼다.
김씨가 운영상 가장 중시하는 것은 충분한 휴식과 보살핌이 필요한 산모와
신생아에게 정서적인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
이용자가 처음 출산하는 젊은 산모들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해 친정집처럼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곳을 지향하는 것이다.
"신세대 산모들은 육아서적등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당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체계적인 산후조리 프로그램
이 필요한거죠"
30년이상 간호사생활을 한 김씨는 산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김씨는 수시로 산모들에게 아기와 대화하고 접촉하는 법을 가르친다.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신생아들의 발육기록을 정리해서 신생아
발달사를 쓰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요즘 김씨에게는 뜻밖의 업무가 하나 생겼다.
산후조리원을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걸려오는 하루 수십통의
문의전화에 응대하는 것.
김씨는 산후조리원이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사랑을 나누어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