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황이 악화일로다.

레알화 가치는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2레알 밑으로
떨어졌다.

외자유출도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여기에 예금동결 가격통제 등 각종 흉흉한 소문이 시장을 강타하면서 예금
을 인출하려는 사람이 은행에 몰려드는 등 금융공황 상황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중남미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가 와해위기에 처하면서 이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레알화는 지난 29일 달러당 2.06레알에 마감됐다.

개장초엔 달러당 2.15레알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평가절하 전날인 지난 12일 레알화 가치는 달러당 1.21레알이었다.

브라질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리먼브라더스사는 올연말 레알화
가치가 달러당 3.10까지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알화 폭락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
벌어진 것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중앙은행은 하루짜리 콜금리를 거의 매일 1.5%포인트씩 인상, 현재 연 37%
까지 올려놨다.

현행 규정상 한도가 연 41.0%이지만 방어선이 안될 것 같다.

외자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9일 4억8천8백만달러를 비롯해 올들어 1백67억달러가 브라질을 빠져
나갔다.

중앙은행은 이에따라 그동안 매일 공시하던 외자유출 현황을 월 1회로 줄여
발표키로 했다.

이번 조치는 외자유출 발표가 오히려 외자유출을 부추긴다는 우려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같은 브라질 경제의 취약성을 반영하듯 시장에는 각종 근거없는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리우 데 자이네로의 한 외환딜러는 "악성루머가 2백여가지나 된다"며
"시장에서 일종의 패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내채무에 대한 연방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 임박, 예금구좌 동결, 가격통제, 재무장관 경질설 등이 번져 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브라질 정부가 긴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예금구좌를 동결
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이날 각 은행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
을 이뤘다.

일부 은행들은 금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으로
구성된 메르코수르가 와해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알리트 과다니 아르헨티나 무역.산업장관은 "메르코수르는 회원국간 관세
동맹과 일부 품목에 대해 자유무역을 허용하는 등 공동시장을 결성해 왔으나
가격변동에 따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위기에 봉착했다"고 경고했다.

레알화 폭락으로 인해 브라질 제품의 수출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수입통제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공산품의 3분의 1을 브라질에 수출해 왔으나 레알화
평가절하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브라질 상황은 신뢰의 결핍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 및 정책에 대한 신인도 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