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작가 함섭씨는 한지화작업의 새 영역을 개척해왔다.

재료는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한지만 골라서 쓴다.

한지에 입히는 색깔도 황경나무나 치자(노란색) 쪽(푸른색) 홍화(붉은색)
그을음(검은색)등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다.

작품 제작은 고역을 이겨내야 하는 인내의 과정이다.

색색의 한지를 물에 불궈 큰 한지판위에 놓는다.

그것을 커다란 브러시로 두드리고 다시 한지를 놓고 짓이는 작업이 끝없이
반복된다.

전체적인 구도는 잡아놓고 시작하지만 작품속에 구체적 형상은 없다.

브러시로 두드리는 과정에서 우발적 이미지만 나타날 뿐이다.

간혹 자연스런 형태를 얻어내기 위해 물먹인 한지를 화면에 집어
던지기도 한다.

대작 한점을 끝내는데 걸리는 기간은 보통 20일정도.

워낙 작업량이 많아 전업작가이면서도 직장인처럼 오전 9시에 작업실로
"칼같이" 출근한다.

점심 먹는 시간만 빼고 하루 종일 매달리는 작업.

20년 가까이 물먹인 한지를 두드리다 보니 아무리 미세한 힘이라도 화면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알게 됐다.

가히 "달인"의 경지에 이른 셈이다.

그래선지 그는 "두드리는게 재미있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은 한없이 깊고 은은한 색깔을 내보인다.

그는 "유화는 눈빛을 밀어내지만 한지작품은 눈빛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붓 한번 쓰지 않고 얻어낸 신비의 색채.

그 독특한 색깔은 국제아트페어에서 외국 컬렉터들을 매료시켜 왔다.

그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

최근 2년동안 뉴욕 샌프란시스코 쾰른 등 주요 아트페어에서 대작만
20여점을 팔아치웠을 정도다.

함씨가 2월 2일-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544-8481)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외국에서의 성공을 업고 3년만에 갖는 국내전이다.

출품작은 "DAY DREAM(낮 꿈)"연작 40여점.

1백50호가 넘는 대작들을 일부 소품과 함께 발표한다.

2일 오후 5시에 열리는 개막식에선 이색 이벤트도 마련된다.

함씨가 만든 종이북을 타악기주자겸 작곡가인 박동욱씨가 치고 대금주자
김정수씨가 대금을 연주하는 행사다.

박씨는 이번 전시를 위해 "토향"이란 곡을 작곡했다.

함씨는 올해도 브뤼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쾰른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