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손님"

황사가 올해엔 새해초부터 찾아왔다.

1월에 한반도 전역에서 황사 현상이 발생한 것은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60년대 이래 처음이다.

때 이른 황사의 방문은 라니냐 현상등 기상이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매년 여름철에 찾아오던 태풍이 지난해엔 가을 불청객으로 둔갑한 것도
엘니뇨 탓이라는게 대부분 기상학자들의 견해였다.

엘니뇨와 라니냐가 이제는 태풍과 황사를 늦추거나 앞당기기도 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빨리 찾아 온 황사=올해 첫 황사 현상은 지난달 25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27분에 전북 부안에서 처음 관측됐다.

이후 영남과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한 황사 현상은 27일께
잦아 들었다.

하지만 이날 드문 드문 쏟아진 소나기에 황사가 섞이는 통에 흙비가
내리기도 했다.

황사 현상의 최근 10년간 관측 횟수 분석 자료를 들여다 보면 올해
황사가 무척 빨리 찾아왔다는 것을 알수 있다.

서울 부산 광주등 7대 도시의 경우 황사 현상은 대개 3월 초순부터 5월
중순 사이에 관측됐다.

드물게 서울에서 91년 겨울(11월30일~12월3일)에 발생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연초에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황사가 빨리 찾아 온 까닭은=기상청 기상연구소 전영신 박사는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과 몽고의 사막지대에서 황토 먼지가 발생할
조건이 빨리 형성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먼지 발생조건은 토양이 건조해야 한다는 것.

예전에 이같은 조건은 보통 4~5월쯤 형성됐다.

얼어있던 토양이 봄이 되면서 풀리고 수분도 메마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기온이 3도 이상 높고 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는 것.

이같은 겨울가뭄은 라니냐 현상 등 기상이변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지난달 24일 오후 9시께 중국 화북 지방과
몽골고비 사막에서 황토 먼지가 발생했고, 이 먼지가 강한 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한반도에서 황사 현상을 일으켰다.

<>황사 어떻게 생기나=황토 먼지가 생겼다고 무조건 황사 현상이 발생
하는 것은 아니다.

기상학자들은 "3박자가 모두 맞아야 황사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우선 먼지를 많이 발생시키기 위해 토양이 메말라야 한다.

또 대기가 불안정해 먼지가 공기중으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맑은 날이 많으면 일사량이 많아지고 지표면이 뜨거워진다.

이렇게 되면 땅표면과 공기의 온도차이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난류현상을
발생 시킨다.

마지막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 바람을 타고 옮겨진 황사먼지가 우리나라 지표면에 떨어지면서
황사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황사먼지가 처음 발생하는 곳은 주로 타클라마칸, 바다인자단, 텐켈,
오르도스, 고비사막지역, 만주등이고 황하 중류의 황토고원도 발원지로
꼽힌다.

<>황사의 특성=황사 현상은 2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선 시야가 흐려지고 하늘이 황갈색으로 변하면서 시정이 악화된다.

누런 색의 고운 먼지가 인체와 물체에 쌓이기도 한다.

발원지에서 발생한 황사가 모두 먼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50%정도가 바람을 타고 옮겨져 한국 일본 태평양등에 떨어지고 30%는
발원지역에 다시 낙하한다.

나머지 20%는 주변지역으로 퍼져나간다.

드물게 태평양 건너 미국에까지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에서도 황사 현상이 관측됐다.

황사 입자의 크기는 20미크론m 이하정도여야 공기중으로 올라가 멀리
이동할 수 있다.

1미크론m 입자는 수년동안, 10미크론m급 입자는 몇일정도 공중에서 떠
다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황사의 성분은 발원지가 사막지대인 경우 석영(규소)이 많고 황토지대일때
는 알루미늄이 대량 함유돼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공업 지역 상공을 지나 오면서 중금속이나 아황산가스
등의 오염물질을 싣고 오는 황사가 많아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해양연구소 관계자는 "황사가 찾아올때엔 오염물질이 달라붙는 탓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오염물질이 이동해 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황사 현상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데는 특정한 수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상청은 <>발원지에서 황사가 발생하고 <>우리나라쪽으로 이동한
것이 관측되고 <>육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으면 황사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황사의 농도는 약하다, 보통, 강하다는 3가지로 구분된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주 찾아온 황사는 예년보다 농도가 2~5배
높았다"고 밝혔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