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신임 한국무역협회장으로 내정된 김재철 동원산업.동원증권 회장은
지난 69년 동원산업을 설립한 국내 해양수산업계의 산증인이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강진농고를 졸업한 뒤 58년 부산 수산대학교를 졸업
했다.

원양어선을 탔던 경험을 적은 "남태평양에서" "바다의 보고" 등은 초등학교
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는 유명한 글이다.

"기업인은 적자를 가장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원양어업협회 회장을 맡아 바다 개척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해양수산부 창설은 그가 수십년전부터 주장해온 "고정 메뉴"였다.

김 회장은 지난 91년부터 무협 비상근 부회장을 맡았고 최근에는 수석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무역흑자 달성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 왔다.

김 회장이 당초 예상을 깨고 새 회장에 선임됐지만 무협 임직원들은 충분히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무협의 역점 사업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추진위
부위원장과 구매위원장직을 맡으면서 협회 살림을 꿰뚫어 보고 있는 김 회장
이 새 회장을 맡은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무역업계에선 수년전부터 무역협회장 하마평에 올랐다.

무협 내부엔 "친 김재철 정서"까지 형성돼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된 데는 그가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무협 일
이라면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그가 이끄는 기업들의 실적이 다른 회장단 회사보다 월등한 점도 긍정적
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평회 회장과의 교분도 남달리 두터웠다고 한다.

원양어업계를 대표하는 김 회장이 신임회장으로 내정된 것은 무협으로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우선 그동안 과제로 여겨져온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무협은 구 회장을 비롯 박용학(대농) 남상수(남영) 이윤채(유림)
회장 등 원로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또 아무래도 제조업체나 종합상사 중심일 수 밖에 없던 무협이 업종과
규모를 따지지 않고 전회원사로 눈을 넓힐 수 있게 된 것도 전진으로 봐야
한다.

김 회장은 내년 2월까지 구 회장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만큼 새로운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도 그가 구 회장이 끝내지 못할 일을 매듭짓는 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특히 작년보다 훨씬 나빠진 환경을 뚫고 수출목표(2백50억달러)를
달성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실무와 숫자에 밝은 그가 업계의 무역관련 애로를
조목조목 타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단행된 무협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도 그에게 지워진 짐이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