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치 < 포스코 경영연구소장 >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는지, 산업생산지수가 경기회복의 시작을 보이기
시작했는지 등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더욱 시급한 것은 심각한 경제침체로부터 조속히 탈출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경제정책을 신속히 추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가 완전고용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용한 정책 수단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음을 아쉬워 하는 바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변동환율체제하에서는 재정정책의
실질소득 증대효과가 의문시되는데 비해, 통화정책은 강력한 효과를 가져온다

실질통화량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하에서 재정지출증가가 화폐수요를 증가
시켜 이자율을 상승시키면, 해외자본 유입이 증가하여 환율을 하락시켜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이 증대된다.

그 결과 재정지출증가에 따른 실질소득 증대효과가 수입 증가에 의해 상쇄
되고 만다.

이에 반해 실질통화량 증가에 의한 이자율 하락은 자본유출을 초래하고 그
결과 환율이 상승함으로써 수입이 감소하고 수출이 증대된다.

이에 따라 실질소득이 증가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와 같이 경제가 완전고용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 상황
하에서는 실질통화량 증가와 재정지출 증가가 동시에 이루어지면, 인풀레이션
을 초래함이 없이 실질소득과 고용을 보다 신속히 증대시킬 수 있다.

더욱이 자본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지나친 환율하락을 우려해야 하며, 국내
이자율이 국제이자율보다 높은 상황하에서는 외화유출을 걱정함이 없이 한국
은행이 외화매입을 통하여 환율하락을 방지하면서 실질통화공급을 신속히
확대시킬 수 있다.

통화량 증가가 이자율을 하락시키겠지만 국제이자율 수준보다는 낮지 않고
환율급등을 방지한다면 자본유출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금융기관이 부실대출을 감소시키고 자기자본비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극도의
위험기피 성향을 보이고 있는 현 여건하에서 통화승수가 감소하고 실질통화량
증가의 소득 증가 효과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재정지출 증대가 통화량 증가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들로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상호보완적
으로 추진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금융통화당국은 보다 과감한 통화공급을 통하여 이자율을 하락시키고
금융기관의 총유동성(M3)을 더욱 증가시켜야 한다.

본원통화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M2를 제외한 모든 통화지표의 증가율이
98년초의 4분의1이하로 급감하고 있음을 볼 때,통화공급 확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통화위원회의 지난 1월중 통화정책 방향은 환율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외환시장과 가격상승 우려가 있는 자산시장을 주시하면서
콜금리를 약간 하향 조정하는 수준에서 안정되게 통화정책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만일 2월중의 통화정책방향 역시 이러한 정책선상에서 지속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 될 것이다.

첫째, 외화유입으로 환율상승 우려가 없는데도 이자율을 국제수준으로
하락시키기 위한 통화공급량의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둘째, 부동산가격의 회복은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게 될 것이며, 이로부터
소득과 고용이 증대되고 기업및 소비자의 경기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상승
하여 경제전반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가격 회복을 우려하여 통화공급을 주저하는 것은 잘못이다.

셋째, 본원통화의 지속적인 감소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결여되어 있다.

넷째, 금융완화정책이 어떻게 실물경제에 파급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은행의 대출자금소요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가계의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기대 형성을 위한 정책비젼
이 결여되어 있다.

제2의 외환위기를 방지하면서 경기침체로부터 조속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전반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함께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은 명확히 설정된 목표와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의
운용이 필요하다.

정책수단 효과의 불확실과 시차,외부여건 변화 예측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정확한 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정확성보다는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