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주 남부의 작은 도시 위치타(Wichita).

이곳은 피자의 메카다.

그렇다고 이곳 피자가 특별히 맛있거나 피자집이 몰려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최대 피자체인인 피자헛의 컴퓨터센터가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미국 어느 곳에 있든 고객이 인터넷의 피자헛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곳
중앙 컴퓨터에 연결된다.

홈페이지 화면에는 슈퍼슈프림 슈프림 하와이안 등 다양한 피자 메뉴가
뜬다.

고객은 먼저 피자 종류와 두께 및 사이즈를 고른다.

페퍼로니 파인애플 올리브 가운데 입맛대로 토핑을 추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주문 끝이다.

주문된 내용은 그 고객이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피자헛 지점으로 전달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다.

주문된 피자가 고객에게 배달되는 시간은 30분을 결코 넘지 않는다.

위치타가 피자의 중심지로 떠오른 이유다.

이같은 영업방식으로 피자헛은 단숨에 미국 피자시장을 휩쓸었다.

반면 지방 곳곳에 있던 소규모 피자집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다른 대형 피자체인들도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싸매야 했다.

피자헛의 성공비결은 미국 구석구석을 잇는 메가넷(Meganet)에 있다.

메가넷은 광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정보고속도로
(Information Super Highway).

미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곳의 컴퓨터를 그물처럼 엮고 하나로 통합한다.

이를 통해 모든 정보는 광속으로 옮겨 다닌다.

피자헛은 메가넷에 먼저 눈뜬 개척자였다.

모든 영업 노하우를 그것에 쏟아붇고 "철저히" 메가넷을 이용했다.

인터넷은 메가넷을 통해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인터넷정보는 메가넷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전달된다.

여기서 시간과 공간의 한계는 없다.

이미 메가넷의 힘이 그것을 깨뜨렸다.

메가넷이 인터넷과 결합돼 "21세기의 실크로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이버은행인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

이 은행은 점포가 없다.

돈을 보관하기 위한 금고도 물론 갖고 있지 않다.

실체가 없는 은행이다.

그런데도 자산가치는 5억달러가 넘는다.

미국에서만 1만2천여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연간 4천8백만달러(5백50억원)의
예금고를 올린다.

SFNB는 인터넷을 통해 가상공간에서만 활동한다.

고객은 3백65일 24시간 내내 이 은행과 거래할 수 있다.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www.sfnb.com)에 접속하는 것으로 돈을 찾거나
예금할 수 있다.

카드결제 등 다른 금융서비스도 물론 OK다.

이 은행의 예금이자율은 다른 은행보다 1% 이상 높다.

실제 은행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고정경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이자를 줄 수 있다.

금융메카인 미국 월가에선 이미 "인터넷에 적응하지 못하는 은행과 증권사
는 3년안에 망한다"는게 통설로 받아 들여진다.

인터넷은 메가넷을 통해 무역과 유통 등 다른 산업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국경으로 가로막혀 있던 시장이 메가넷이란 거대한 인프라에 의해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이제 메가넷은 인터넷 경영을 실현하는 인프라이자 새로운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연매출이 1천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소매기업인 월마트.

"비행기만 빼고 모든 상품을 가장 싸게 판다"는게 이 회사의 캐치프레이즈
다.

세계최대의 유통업체로 성장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월마트의 힘은 메가넷을 활용한 혁신적인 상품공급 시스템에서 나온다.

월마트는 위성을 이용한 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구석구석을 뒤져 가장 싼 제품을 찾아낸다.

값싼 원료와 인건비가 가장 낮은 곳을 골라 그곳에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해외거점이 없는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을 상대로 글로벌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팔린 1천5백만대의 자동차중 3%는 오토웹(Autoweb.com)
등 인터넷 쇼핑사이트를 통해 판매됐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Amazon.com)은 3백만 가지의 책을 한해 4억달러어치나
팔고 있다.

인터넷으로 포도주를 파는 버츄얼 바인야즈는 판매량을 급속히 늘리면서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세기엔 육상 해상 항공을 이용한 물류시스템이 경쟁력을 결정지었다.

그러나 디지털 광속경제시대에는 인터넷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인터넷은 모든 필요한 정보를 한데 모은다.

그리고 광속으로 유통시키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존재다.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쉽고 빠르게 찾아 낼수 있다.

고객은 보다 쓸모있고 값싼 상품을 누가 만드는지, 어디에서 살수 있는지
곧바로 알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메가넷이다.

< 특별취재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