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식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GEPCODE5@hitel.net >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 중의 하나는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친구와의 만남, 뛰어난 스승과의 만남, 좋은 이성과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이런 만남들은 인생항로에서 친구로서, 선배로서, 그리고 동반자로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뿐만 아니라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의 실업난, 특히 젊은이들의 취업난을 보면서 또다른 가치있는
만남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은 보람있는 "일"과의 만남이다.

어떻게 보면 앞의 세 가지 만남은 변하지 않는 마음과 따뜻한 가슴이
중요하지만, 보람있는 삶을 살기 위한 일과의 만남은 냉철한 이성과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만남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유연하면서도
창조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일하는 방법이나 일 그 자체가 변화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과의 만남이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은 일이
가지는 우리 인생에서의 의미, 즉 일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돈벌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람있고 가치있는 삶을 살며 조직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때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열심히, 너무 빨리 한 길로만 달려 오느라
무엇이 보람있는 삶이며,어떻게 하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느정도 소득이 높아지고 여유가 생기자 마치
놀기위해 지금까지 일을 한 것처럼 너나할것없이 거품속에서 날이 새는지도,
도끼자루가 썩는지도 모르고 지내왔으며,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은 모두가
외면했다.

오죽했으면 외국언론들이 "샴페인" 운운하면서 비아냥거렸을까.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조금 눈을 돌리고, 생각을 바꾸어 왜 일을 하는지,
일이 가지는 인생에서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깊이 음미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