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해야 하나, 아니면 계획대로 밀고 나가야 하나"

오는 4월1일로 예정된 "외환거래 자유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유화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1년미만 단기차입 허용"과 "외환거래때 실수요증명 폐지"
등 이번 자유화의 핵심 내용을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대외적인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외환거래 자유화를 당초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재정경제부는 현재로선 시행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유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재경부는 내달중 외환자유화의 구체적 실행방안인 "외환관리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때까지는 당분간 외환자유화의 시행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전망
이다.

<> 개방 연기론 =일부 국제금융 전문가들이 정부의 "외환거래 자유화"
방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초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을 수립할 때와 지금은 여건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외환이 크게 부족했던 당시엔 무조건 외화를 끌어 들이는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어느정도 모면한 지금은 외화의 성격을 따져 유입시켜야
한다. 외채상환이나 실물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 차입성 자금
이나 투지자본은 가능한 한 막아야 한다"(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

따라서 기업들의 단기외채 비중만 높일 1년미만의 외화차입 허용이나
헤지펀드들의 환투기를 조장할 선물환거래 실수요증명 폐지 등은 재고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견해.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외환거래 자유화를 서두르면 환율불안과 외화도피
등을 유발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 팀장은 또 개방계획을 후퇴하면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와 관련,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공론화된
상태"라며 "한국이 외환거래 자유화 시기를 조정할 경우 상황변화에 유연
하게 대응한다는 인상을 줘 오히려 신인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유화 시행론 =당초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머뭇거리기 보다는 과감하게 외환자유화를 단행해 국내
외환시장의 체질을 강화하고 대외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선 외환거래를 자유화하면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
하지만 그건 지나친 기우다. 선물환거래의 실수요증명 폐지는 선물환 거래를
활성화시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 투기자본의
공격은 세이프가드 등 보완장치로 막으면 된다. 그게 무서워 아예 빗장을
걸어 잠그자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이장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 연구위원은 외환거래 자유화와 함께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추진
<>외환거래 모니터링(수시점검) 강화 <>세이프가드 등 안전장치 마련 등을
함께 추진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천식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합의한
외환거래 자유화를 연기한다면 대외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현재
로선 계획대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 심의관은 "일부의 우려처럼 이번 자유화가 외환시장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